[기자수첩]쿠팡이 법정서 진정 다퉈야 하는 것

과징금 1628억원을 내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불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벌었느냐를 따지는 게 핵심이다. 쿠팡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행정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본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쿠팡은 국내 1위 e커머스 기업이다. 지난해 기준 국내 온라인 시장 4분의 1가량을 점유하면서 매출 30조원을 넘어선 곳이다. 매출만 놓고 보면 31조8298억원으로 국내 굴지의 유통 기업인 롯데쇼핑(14조5559억원)과 이마트(29조4722억원)를 압도했다. 공정위는 이 거대 기업인 쿠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상품을 많이 팔 수 있도록 소비자를 유인해 돈을 벌었다고 판단했다.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하고, 임직원을 동원해 자체 브랜드(PB) 상품과 직매입 상품을 검색 순위 상단에 노출시켜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이 같은 쿠팡 행위를 불법으로 단정하고 과징금 1628억원 부과했다. 그리고는 알고리즘 조작과 임직원 리뷰를 통한 검색 순위 조작 행위를 중단하라는 취지의 시정명령도 함께 내렸다.

쿠팡은 날 선 입장으로 반박했다. 공정위가 과징금 부과를 처음 발표한 6월 자료를 내 "매년 수십조원을 들여 로켓배송 상품을 직접 구매해 빠르게 배송하고 무료 반품까지 보장해 왔다"며 "로켓배송 상품을 자유롭게 추천하고 판매할 수 없다면 지금 같은 서비스를 유지하기 어렵고, 결국 소비자의 막대한 불편과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공정위 판단을 전면 반박하면서 로켓배송을 중단할 수 있다는 의향을 내비친 것이다.

쿠팡이 공정위로부터 부과받은 과징금 1628억원은 유통사 중 가장 큰 규모다. 쿠팡으로선 막심한 손해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손실은 일련의 과정 속에서 소비자를 속이고, 겁박한 기업이란 꼬리표가 붙었다는 사실이다. 기업 이미지가 실추된 것이다. 기업 이미지는 미래 고객을 유치하는 잠재적 재산이다. 때문에 이미지 실추에서 비롯된 손실 규모는 가늠조차 어렵다.

법원의 시간은 이미 시작됐다. 쿠팡에 대한 시정명령 집행을 정지시킨 법원은 시정명령과 과징금 취소 여부 자체를 다투는 본안 소송 심리에 들어갔다. 앞서 쿠팡은 시정명령 취소 소송을 내며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집행을 정지해 달라는 신청을 함께 냈고 재판부는 이를 지난 10일 받아들였다.

본안 소송 첫 재판은 다음 달 21일 열린다. 쿠팡이 이 법정 공방에서 '공정위 판단은 철저히 비논리적이며, 이대로라면 로켓배송 서비스도 유지하기 어렵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한다면 답이 없다. PB 상품을 우선 노출하는 것이 왜 정당하고 합법적인 영업 행위인지를 밝히고, 이 과정 속에서 소비자가 납득할 만한 논리를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작금의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직시이자, 소비자를 향한 기업의 도리가 아닐까.

유통경제부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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