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원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1일 "만약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기도한다면 우리 군과 한미동맹의 결연하고 압도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 종말의 날"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기념식 축사를 통해 "우리 군은 강력한 전투 역량과 확고한 대비 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을 즉각 응징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는 육·해·공군, 해병대 5300여명의 병력과 340여대의 장비가 참가했다. 윤 대통령은 서울공항에 도착해 군 주요 인사들과 인사하고 주호영 국회부의장,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추경호 원내대표 등과 악수했다. 검은 정장을 입은 김건희 여사도 함께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부로 창설된 전략사령부 부대기를 진영승 전략사령관에게 수여한 뒤 김용현 국방부 장관과 1호 열병차를 타고 도보 부대, 장비부대 순으로 사열했다. 이날 처음 공개된 고중량 초위력 탄도미사일 현무-5도 사열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우리는 이렇게 자유와 번영의 길, 세계 평화를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북한 정권은 여전히 퇴행과 몰락의 길을 고집하고 있다"며 "오직 권력 세습만을 추구하며 주민들의 참담한 삶을 외면한 채 핵과 미사일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쓰레기 풍선, GPS 교란 공격과 같은 저열한 도발을 자행하더니 급기야 적대적 두 국가론을 주장하며 통일마저 부정하고 있다"며 "더욱이 러시아와의 불법 무기 거래로 국제 사회의 규범에 역행하며 한반도와 세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지금이라도 핵무기가 자신을 지켜준다는 망상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워싱턴선언을 기점으로 한미 동맹은 명실상부한 핵 기반 동맹으로 업그레이드됐다"며 "한미 핵 협의 그룹을 중심으로 한미 일체형 확장 억제를 구축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40여년 만에 미 전략 핵잠수함이 방한하고 B52 전략 폭격기가 한반도에 최초로 착륙했다"며 "미국의 강력한 확장억제 공약이 행동으로 실현되고 있다.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을 더욱 강화하고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연대해 우리의 안보 태세를 더욱 강력하고 확고하게 다져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끝나지 않고 중동 정세가 악화되면서 글로벌 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더 강력한 군으로 거듭나기 위해 첨단과학 기술에 기반한 국방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윤 대통령은 "AI(인공지능) 기반의 유무인 복합체계와 우주, 사이버, 전자전 영역에서 미래의 전장을 주도해 나갈 수 있도록 국방 연구개발 분야를 더욱 강화해 갈 것"이라며 "아울러 무기체계 개발과 도입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강군 육성은 장병들의 사기에서 출발한다"며 "장병들이 자부심을 갖고 임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의식주와 의료체계를 비롯한 제반 복무 환경을 계속 개선해 나가겠다. 군복에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국가를 위한 헌신에 합당한 처우를 보장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젊은 장병들이 확고한 국가관과 대적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장병들이 투철한 정신 무장과 전우애로 단결하고 실전적 교육으로 단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적의 선의에 기댄 가짜 평화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며 "적이 넘볼 수 없도록 우리의 힘을 키우는 것이 평화를 지키는 유일한 길임을 인류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6·25 전쟁 당시 우리 군은 제대로 된 무기 하나 갖추지 못했지만 지금은 우리 손으로 최첨단 전투기를 만들고 군 정찰위성과 고성능 미사일을 개발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전투함과 잠수함을 직접 건조하고 있다"며 "이제 K-방산은 국가 안보와 경제를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국가전략산업이 됐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 이날부로 창설된 전략사령부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마침내 우리 군의 첨단 재래식 능력과 미국의 확장억제 능력을 통합하는 전략사령부를 창설하게 됐다"며 "앞으로 전략사령부는 북한의 핵과 대량살상무기로부터 국가와 국민을 든든하게 지키는 핵심 부대가 될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군이 흔들림 없이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께서 아낌없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며 "저는 국군통수권자로서 대한민국 국군 장병 여러분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 기념사에 이어 '국토수호 결의행사'가 열렸다. F-15K 출격, 공중전력의 전술기동, 특전장병들의 태권도 시범과 집단강하 및 육해공 합동 고공강하가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고공강하를 마친 합동 강하팀의 임무 완수 보고에 거수경례로 화답했다. 이후 분열은 회전익 항공기의 선도 비행을 시작으로 도보 부대,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장비부대, 3축 체계, 고정익 항공기 순으로 진행됐다.
특히 이날 군은 '괴물 미사일'로 불리는 초고위력 탄도미사일 현무-5를 최초로 선보였다. 탄두 중량 8t인 현무-5는 북한 지휘부가 은신한 지하 벙커를 파괴하는 미사일이다. '한국형 3축 체계' 중 하나인 대량 응징보복(KMPR) 수단이다.
3축 체계는 미사일 발사 징후를 사전에 포착해 발사 전에 제거하는 킬체인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 대량 응징보복을 더한 개념이다. 최근 북한의 복합 도발에 대한 경고 차원에서 현무-5를 국군의 날을 맞아 처음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 미국의 초음속 장거리 전략폭격기 B-1B도 이날 출격해 한미동맹을 과시했다. B-1B는 미 공군 주력 폭격기로, 적을 융단폭격할 수 있는 능력은 물론 북한 방공망을 피할 수 있는 은밀성·초음속 비행 능력도 갖췄다. 북한이 두려워하는 전략 병기로 꼽힌다.
이날 기념식에는 김용현 국방부 장관, 김명수 합동참모의장, 폴 라캐머라 한미연합군사령관 등 군 주요 직위자와 조희대 대법원장,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김관진 국방혁신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6·25 참전용사와 후손, 국지전 및 현행작전 유공장병, 예비역·보훈단체 등 초청인사 1200여명과 국민참관단 5100여명도 자리했다. 국회에선 우원식 국회의장, 주호영 국회부의장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한민국을 지키는 군 장병과 국가유공자에 대한 보훈을 목숨처럼 여기는 정치를 지치지 않고 끝까지 하겠다"며 "희생과 헌신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분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예우를 다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