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격화' 삐삐폭탄, 1970년대 기술…'고위 간부 제거 작전 수행'

테러조직 고위간부 암살기술로 개발
수천명 사상자 낸 대규모 폭발은 처음
美 당국 "이스라엘, 최소 15년간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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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대원들이 사용하던 무선호출기(삐삐)가 폭발해 수천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가운데 폭발사건의 배후에 이스라엘 정보당국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1970년대부터 통신장비 등에 폭탄을 설치해 적군 고위간부를 제거하는 작전을 펼쳐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보당국도 이스라엘이 최소 15년 이상 이번 폭발공격을 준비해왔다고 보고 있다.

뮌헨올림픽 참사 이후 보복 위해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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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중동 현지매체인 알자지라에 따르면 삐삐 폭발사건의 배후가 이스라엘 정보당국인 모사드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며, 실제 모사드에서 1970년대부터 유·무선 전화기와 삐삐, 무전기 등에 소형폭탄을 설치해 목표를 제거하는 기술이 개발돼왔다고 전했다.

알자지라는 "1972년 뮌헨올림픽에 참가했던 이스라엘 선수단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검은9월단'에 의해 사살된 이후 모사드는 이에 대한 보복을 위해 전화와 무선호출기에 폭탄을 설치해 적군 요원들을 제거하는 작전을 폈다. 이러한 형태의 폭탄을 '페이저 폭탄(Pager bomb)'이라 부른다"며 "작전에서 주로 쓰이는 '펜타에리트리톨 테트라니트레이트(PETN)' 폭탄은 소량으로도 강력한 폭발력을 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삐삐 폭발사건을 일으킨 페이저 폭탄 자체는 50년 이상 지난 오래된 기술이지만, 이번 폭발사건과 같은 대규모 동시다발 공격은 처음이다. CNN에 따르면 레바논 보건부는 지난 17일 삐삐 폭발사건으로 인해 총 9명이 사망하고 2750명이 부상을 입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후 사망자는 37명으로 늘어났으며, 아직도 부상자 중 200여명이 위독한 상황이라 이후 사망자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美 정보당국 "이스라엘, 최소 15년간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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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보당국에서는 이스라엘이 주로 소수 고위간부나 요원 암살에만 동원 가능했던 페이저 폭탄으로 대규모 인명살상을 일으키기 위해 최소 15년 이상 준비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헤즈볼라의 무전기나 무선호출기 공급망을 조금씩 잠식해들어가면서 수천대의 삐삐에 폭발물을 설치할 수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다.

미국 ABC방송은 미 정보당국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레바논 전역에서 폭발한 헤즈볼라의 삐삐 제작에 직접 관여해왔으며 최소 15년간 공급망 차단작전을 계획해온 것으로 보인다"며 "이스라엘은 작전 진행을 위해 직접 페이퍼컴퍼니 여러 곳을 운영하고, 삐삐를 만드는 기업도 운영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전·현직 미 국방·정보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스라엘이 헝가리에 위장을 위한 페이퍼컴퍼니 등을 설립하고 직접 삐삐를 제작해 헤즈볼라에 판매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약 5000개의 삐삐를 주문받아 생산과정에서 미리 폭발물을 설치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스라엘이 이미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만들어져 나온 제품의 유통과정에 개입해 폭발물을 설치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기획취재부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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