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는 잊어라'…美 대선 족집게라는 '이 지표'

경제고통지수, 1980년 이래 예측률 100%

미국 대선이 두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시장은 차기 백악관의 주인을 알아맞히기 위한 지표 찾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각종 여론조사부터, 증시, 비트코인, 도박사 베팅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가장 높은 정확도를 자랑하는 대선 예측 지표는 무엇일까.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첫 TV 토론이 해리스 부통령의 '판정승'으로 끝나면서 여론조사 구도 변화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의 여론조사에 의하면 해리스 부통령이 49%의 지지율로 트럼프 전 대통령(47%)을 리드하고 있다. 약 8억8500만달러의 가상화폐 자금이 몰린 세계 최대 베팅 플랫폼 '폴리마켓'에선 두 후보의 당선 확률이 각 49%로 동률을 이루고 있다.

[이미지출처=신화연합뉴스]

그러나 미국 경제전문지 포천(Fortune)은 차기 백악관의 주인을 알고 싶다면 여론조사가 아닌 주식 시장을 살펴볼 것을 권고한다. 역사적으로 여론조사의 예측 정확도는 생각만큼 높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통계 플랫폼 '파이브서티에이트'의 나다니엘 라키치 선임 선거 분석가가 1998년부터 2022년까지 수백 건의 미국 선거 여론 조사를 분석한 결과 승자를 정확히 예측한 경우는 78%에 불과했다.

반면 8~10월 사이에 S&P500지수가 보이는 퍼포먼스는 1984년 이래로 모든 대선의 승자를 정확하게 예측했다. 해당 기간 S&P500이 상승한 해에는 집권 여당의 후보가 승리했지만, 하락한 해에는 야당의 도전자가 정권을 거머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존 린치 코메리카뱅크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주식 성과는 광범위한 경제적 감정을 반영한다"며 "유권자들이 경제 방향에 만족하면 현상 유지를 지지하는 경향이 있고 불만족스러우면 변화에 투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지표가 언제나 100%의 예측률을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당장 1976년과 1980년 대선 당시 S&P500은 각각 14.1%, 13.4% 상승했으나, 극심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두 선거 모두 집권 여당의 패배로 끝난 바 있다.

이에 포천은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대선 결과 지표로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를 제시했다. 경제고통지수는 미국의 연간 인플레이션율에 실업률을 더한 것으로, 경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의 강도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다. 포천은 "8~10월 사이 경제고통지수의 3개월 이동평균은 1980년 이래로 모든 대선 결과를 정확히 맞혔다"며 "이 지수가 감소하면 집권 여당이 승리하고, 증가하면 패배했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 기준 미국의 경제고통지수는 6.73%로 7월(7.19%)보다 소폭 감소했다. 2022년 7월 조 바이든 행정부가 기록한 최고치인 12.66%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린치 CIO는 "이 법칙이 이번 대선에서도 유지된다면 민주당은 10월 전까지 약 15bp(1bp=0.01%포인트)의 여유를 갖게 된다"며 "다만 7월 실업률의 예상치 못한 상승은 해리스의 대권 가도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의 지난 7월 실업률은 4.3%로 집계되며 2021년 10월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부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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