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료율 13%로 높인다'…세대별 차등 인상 '연금개혁안' 발표

명목소득대체율은 42%로 상향
중장년층·청년층 보험료 인상률 달리 적용
기초연금 저소득층부터 40만원 인상

재정 안정에 방점을 둔 정부의 연금개혁안이 공개됐다. 세대별로 서로 다른 인상률을 적용해 보험료를 13%까지 올리고, 명목 소득대체율은 42%로 조정하기로 했다. 아울러 기초연금액을 40만원으로 인상하고, 연금 재정 안정을 위한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추진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4일 보건복지부는 이 같은 내용의 연금개혁안을 발표했다. 복지부는 제3차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개최해 연금개혁 추진 계획을 심의하고 확정했다. 복지부는 “연금개혁이 매우 시급한 과제인 만큼 개혁 논의에 계기를 마련하고, 여야 간 조속한 합의를 견인하기 위해 개혁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혁안은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을 통해 직접 발표했던 연금개혁 방안의 세부안이다.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을 지속 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노후 소득보장을 중심으로 개혁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기초연금과 개인 퇴직연금 등 체계 전반을 아우르는 개혁을 해 나가겠다고 했다.

보험료율 9%→13%로…명목소득대체율은 42%

복지부는 우선 현행 보험료율 9%를 13%로 인상하고, 명목 소득대체율은 42%로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명목소득대체율은 은퇴 전 소득 중 연금으로 대체되는 비율을 나타내는 지표로 연금제도의 소득 보장 수준을 보여준다. 21대 국회에서 연금개혁특위는 최종적으로 13% 보험료율과 50%의 소득대체율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었는데, 정부는 재정 안정성을 위해 소득대체율은 40%가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명목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도입 당시 70%로 설계됐었지만, 2008년 50%로 낮아진 뒤 매년 0.5%포인트씩 인하하되 2028년까지 조정될 예정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노후소득보장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며 “원칙대로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정부 스케줄을 고려해 지금보다 (소득대체율이) 내려가는 스케줄을 멈춘다는 것은 쉽지 않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정부안이 국회에서 받아들여지게 되면 보험료율은 27년 만에 인상되고 명목 소득대체율은 국민연금 도입 이후 처음으로 조정을 멈추게 된다.

세대별 차등 보험료율 인상 속도 적용…연금 지속 가능성에 방점

복지부는 세대별 서로 다른 보험료율 인상 스케줄도 공개했다. 정부는 13%까지 보험료율을 인상하되 내년 50대인 가입자는 매년 1%포인트, 40대는 0.5%포인트, 30대는 0.3%포인트, 20대는 0.25%포인트 인상하는 방식을 구상하기로 했다. 전 세계적으로 도입된 전례가 없다.

여기에 재정 안정화 장치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 기대 여명이나 가입자 숫자 등 증감을 연금 지급액과 연동하는 내용이다. 급여 지출이 보험료 수입을 넘어서는 시점, 기금 감소 5년 전, 기금이 감소하는 시점 등 재정 위험도에 따라 지급액을 달리하는 방식이 가능하다. 현재 지급액은 소비자물가 변동률에 따라서만 조정되고 있다.

기초연금액 40만원까지 단계적 인상…저소득층 부터 적용

기초연금액은 월 40만원으로 단계적으로 인상한다. 현행 기초연금은 월 30만원 수준이다. 복지부는 2026년에는 소득이 적은 노인에게 우선 40만원으로 인상하고, 2027년에는 전체 지원 대상 노인(소득 하위 70%)에게 40만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기초연금을 받으면 기초생활보장 제도 생계급여가 삭감되는 현행 제도도 단계적으로 개선키로 했다. 현재 기초연금은 생계급여 소득인정액 산정 시 공적 이전소득에 전액 포함되고 있다. 이에 따라 생계급여를 받는 어르신은 기초연금을 받게 되면 기초연금액만큼 생계급여가 깎이게 되는 한계가 있었다. 복지부는 노인 빈곤 완화를 위해 기초연금과 생계급여를 동시에 받는 노인의 기초연금의 일정 비율을 추가로 지급하고, 이를 소득인정액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한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납부해도 기금 고갈로 받을 수 없게 될 수 있다는 청년층의 우려를 없애기 위해 국민연금 지급을 법으로 보장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도 국민연금법이 연금 급여가 안정적·지속해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할 의무를 국가에 부여하고 있지만, 정부가 지급을 보장한다는 내용을 더 명확히 하기로 했다.

퇴직연금 의무화 추진…군복무·출산 크레디트 확대

아울러 복지부는 퇴직연금의 의무화를 통해 퇴직연금이 실질적인 노후소득 보장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사업장 규모가 큰 사업장부터 퇴직연금 도입 의무화를 추진하고, 가입률이 낮은 영세 사업장과 중소기업 퇴직 연금기금 가입을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또 퇴직연금 가입자의 합리적인 투자를 지원할 수 있도록 디폴트옵션 제도 개선을 추진하기로 하고 했다. 군 복무와 출산 크레디트도 확대한다. 현행 6개월까지만 인정됐던 군복무 크레디트는 전체 군 복무 기간으로 확대된다. 출산 크레디트 또한 현재는 둘째 아이부터가 대상이지만 이를 첫 아이부터 대상을 넓히는 방안을 논의한다.

세종중부취재본부 세종=이은주 기자 golde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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