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갑작스레 고열 증상 등을 보이며 경련을 일으킨 2살 아이가 위급한 상황에서 11곳의 응급실로부터 진료 거부를 당해 의식불명에 빠진 일이 일어났다. 2일 KBS는 지난달 3일 오후 8시 40분께 A 양이 열이 나고 경련 증상을 일으켰지만, 치료를 받지 못해 현재 의식불명 상태라고 보도했다. 당시 A 양의 부모는 119를 불렀고, 10여분 만에 구급대원이 도착했으나 병원으로 출발할 수 없었다.
의대 정원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병원 근무 중단으로 의료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2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 의료진 부족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김현민 기자kimhyun81@]
병원으로 출발할 수 없었던 이유는 수도권 서남부 권역별 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를 받아줄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자택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진료를 거절당한 것으로도 전해졌다. 10여곳의 병원으로부터 진료를 거부당했고 그러는 사이 아이의 상황은 더 악화했다.
구급차에 동승했던 아이의 엄마는 아이의 상황이 시시각각 악화하는 것을 바라보면서 울면서 병원 측에 받아달라고 애원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뒤늦게 연락이 닿은 병원에서 응급진료가 가능해 이송했지만 이미 119 신고로부터 한 시간이나 훌쩍 지난 뒤였다. 병원 도착 후 응급치료를 시작해 경련은 멈췄지만, A 양은 뇌 손상을 당해 한 달째 의식불명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그의 응급치료를 거절했던 병원들은 '진료할 의료진이 없다'는 이유로 이송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아응급실을 운영하는 한 병원은 소아과 의사는 있었지만 '소아신경과' 담당의가 없다며 환자를 받지 않았다. 한편 소방청의 발표를 보면, 올 상반기에 병원의 거부로 4차례 이상 환자를 재이송한 사례는 17건에 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