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우기자
영국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함께할 상대를 찾는 홈페이지에 700여명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BBC 방송은 지난 22일(현지시간) 해당 내용을 전하며, 이 사이트에는 이용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함께할 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 회원 전용 코너가 마련돼 있다고 보도했다.
BBC는 “이 홈페이지에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여러 세부적인 방법을 소개하는 게시물이 무려 5000개 이상 있었다”며 “회원들은 자신과 함께 죽을 사람을 찾기 위해 나이, 성별, 위치, 선호하는 방식 등을 게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130여명의 영국인이 이 사이트가 홍보하는 화학물질을 사용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BBC는 “특히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이 같은 범죄가 행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헬렌 카이트라는 여성은 “남겨진 사람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불행과 고통만 남는다”고 말했다. 그의 여동생 린다 역시 이 사이트로 한 남성을 만나 런던 롬포드의 호텔에서 함께 세상을 떠났다.
같은 해 헬렌의 또 다른 여동생인 사라 역시 린다가 사망한 것에 대한 충격으로 같은 방식으로 파트너를 찾아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앤젤라 스티븐스라는 여성도 2019년 12월 아들을 잃었다. 그의 아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만난 여성과 에어비앤비로 빌린 숙소에서 함께 세상을 떠났다.
이후 앤젤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부추기는 홈페이지를 막는 데 애쓰고 있다며 “그런 홈페이지는 매우 위험하고 불쾌한 곳일 뿐”이라고 말했다.
영국 정부에서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영국 보수당은 지난해 자국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을 통해 이 같은 웹사이트에 대한 조처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온라인 안전법을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내년께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BBC는 이런 웹사이트를 규제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이트 관리자는 “웹사이트 규모가 작고 미국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영국 당국의 규제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