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기자
인도네시아 플로레스섬에서 역사상 가장 작은 ‘호미닌’(Homonin·초기 인류) 화석이 발견됐다. 현생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는 호미닌에서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AP통신은 6일(현지시간) "최초의 '호빗' 화석이 발견된 플로레스섬 리앙부아 동굴로부터 약 72㎞ 떨어진 마타 멘게에서 호빗보다 더 오래되고 작은 호미닌 화석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호주 울런공대와 일본 도쿄대, 인도네시아 지질연구센터 등 국제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을 최근 과학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에 발표했다.
앞서 지난 2003년 플로레스섬 리앙부아 동굴에서 키 106㎝, 몸무게 25㎏, 뇌 용량은 현생 인류의 3분의 1 정도인 화석이 발견됐었다. 이 화석은 지역의 이름을 따 훗날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로 명명됐으나, 세상에는 호빗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호빗은 1937년 발표된 J.R.R. 톨킨의 소설에 등장한 난쟁이족이다. 화석 발견 당시 호빗이 실재했다고 알려지며 큰 화제가 됐으나, 진화 과정은 수수께끼로 남았다. 일부 과학자는 호모 플로레시엔시스가 성장 장애를 겪은 호미닌일 것이라고 추측하기도 했다.
지난 2013년부터는 플로레스섬 마타 멘게에서 턱뼈와 치아 등 호미닌 화석이 발견됐지만, 머리 아랫부분이 없어 어떤 인류에 속하는지, 신체 크기는 얼마인지 추정하기 어려웠다.
연구팀은 마타 멘게 지역에서 새로 발굴한 턱뼈와 상완골(팔의 긴 뼈) 등 10개의 호미닌 화석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 화석은 약 70만년 전 것으로 어린이 2명 등 최소 4명의 유골로 파악됐다. 키가 불과 1m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보다 6㎝는 더 작은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이를 토대로 호미닌이 약 6만 년 전 존재한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조상일 것으로 예상했다.
논문의 공동 저자인 호주 그리피스 대학 인류 진화연구센터 아담 브럼 교수는 "이 화석들의 작은 비율을 고려해 볼 때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초기 조상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았음이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된 호미닌은 호모 에렉투스에서 진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먹을 것이 부족한 섬의 특성상 왜소증을 앓았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