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오랫동안 마을과 역사를 함께한 노거수 두 그루가 국가지정자연유산 천연기념물이 된다.
국가유산청은 7일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와 '부여 석성동헌 탱자나무'를 국가지정자연유산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 한 달간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자연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 여부를 확정한다.
군산 하제마을 팽나무는 군산시 옥서면 하제마을에 있다. 원래 섬이었으나 1900년대 초 간척사업을 통해 육지화된 곳이다. 한때 군사시설이 들어서며 북적였으나 지금은 주민들마저 떠나 이 나무만이 마을을 홀로 지킨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과거에는 배를 묶어두던 기둥인 계선주(繫船柱) 역할을 했다"며 "마을에 항구가 생기고 기차가 들어서며 번성하던 모습부터 마을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며 사라져간 지금 모습까지 모두 지켜보며 하제마을을 굳건히 지켜왔다"고 설명했다.
나이는 2020년 생장추(生長錐) 측정에서 537(±50)살로 나타났다. 국내 팽나무 가운데 가장 많다. 규모도 높이 20m, 가슴높이 둘레 7.5m로 큰 편에 속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나무 밑동으로부터 3m 높이에서 가지가 남북으로 갈라져 있다"며 "타원형의 수형(樹形)이 평야를 배경으로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고 말했다.
부여 석성동헌 탱자나무는 석성현에 있었던 관아인 석성동헌의 내삼문 오른쪽에 자리해 있다. 조선 시대 지방 관아건물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탱자나무 노거수다.
탱자나무는 우리 민족 생활에 전통적으로 유용하게 쓰였다. 홍만선의 '산림경제', 최립의 '간이집', 허준의 '동의보감' 등 조선 시대 문헌에 울타리용, 군사용, 약재용 등으로 소개된다.
'산림경제'에 따르면 유배된 죄인은 위리안치(圍籬安置)라는 형벌을 받았다. 관아에서 거처하는 집 주변에 가시나무로 울타리를 쳤다. 이때 주로 사용된 나무가 탱자나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죄인을 가두고 형벌을 주던 관아의 동북쪽에 있는 것으로 보아 상징적 의미가 있었으리라 추정된다"고 밝혔다.
규모는 높이 4.8m, 너비 6.8m로 매우 큰 편이다. 동서남북 각 방향으로 가지가 균형 있게 발달해 수려하기까지 하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열매의 결실 상태나 잎 크기 등으로 보아 생육상태도 양호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