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철현기자
구영배 큐텐 대표가 티몬·위메프(티메프) 자율 구조조정 지원(ARS) 기간 밀어붙이고 있는 ‘K-커머스’ 합병안이 사실상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구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K-커머스는 구 대표가 티메프를 합병하고 판매자의 미정산 채권을 전환사채(CB)화해서 주주로 참여시키자는 자율 회생안이다. 현실화 가능성이 높지 않지만 구 대표의 계획대로 이뤄지더라도 이 플랫폼에 울며 겨자 먹기로 올라탄 판매자들은 별다른 지원 없이 각자의 피해 보전을 위해 뛰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7일 구 대표는 아시아경제에 K-커머스 합병안에 대해 "(K-커머스는) 판매자들이 주주로 참여한 플랫폼으로, 플랫폼 성장이 판매자들의 이익을 증진시키도록 이해가 일치된 구조"라고 주장했다. 구 대표의 계획은 티메프를 K-커머스로 합병하고 큐텐의 티메프 보유 지분을 100% 감자하면서 자신의 큐텐 지분 38%는 합병법인에 백지 신탁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가 채권 일부를 CB(전환사채)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 합병법인의 주주가 되게 한다.
문제는 판매자들이 미정산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동의하더라도 이 플랫폼을 통해 피해를 보전하는 것은 전적으로 판매자 자신의 몫이 된다는 점이다. 구 대표는 "이런 판매자가 수천 명이라면, 즉 오너로서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하는 셀러들이 핵심 경쟁력이고 이는 쿠팡, 알리, 아마존의 브랜드와 자본력을 극복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 대표의 이런 계획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판매자들이 미정산금을 돌려받기 위해선 합병 플랫폼의 활성화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선 피해자인 판매자들이 적극적으로 상품을 기획하고 판매에 나서야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게다가 대규모 프로모션으로 문제를 키웠던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플랫폼이 등장하더라도 합병 법인이 나서서 쿠폰을 발행하는 등의 판매 지원은 하기 힘들다. 구 대표는 이에 대해선 "프로모션은 판매자 주도로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플랫폼은 그것들을 효율적으로 전파하고 살 만한 고객에게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AI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설명했다. 결국 상품을 기획하는 것부터 이 상품이 잘 팔리게 하기 위해 프로모션을 하는 것까지 모두 판매자의 역할이라는 얘기다.
티메프의 정산대금을 받지 못한 판매자가 최대 6만여곳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피해 판매자가 주주가 되더라도 의사 결정권을 갖는 것을 구조적으로 쉽지 않다. 기존 경영진의 책임을 희석해 공동의 책임으로 떠넘기기 위한 시도라는 지적이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돈을 융통하기 위해 티메프를 계속 굴러가게 하는 것만을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구 대표의 이런 계획은 티메프 각사에서 준비하는 매각 작업과 별도로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는 "ARS 기간에는 각사 대표들이 먼저 자구안을 찾아보는 것을 해 봐야 하는 절차가 있어 시간이 좀 필요하다"며 "K-커머스 내용을 채워 구체화하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