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수기자
최근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공모주 주가가 부진한 가운데 특수변압기 생산업체 산일전기가 공모가 희망 범위를 상단을 넘어선 공모가를 확정해 눈길을 끈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투자가가 여전히 공모주 물량을 확보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산일전기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가운데 97.4%가 공모가 3만5000원에도 공모주를 인수하기를 원했다. 공모가 3만5000원은 희망범위 상단인 3만원보다 16.7% 높은 가격이다. 공모 규모는 2660억원에 달한다.
산일전기는 특수변압기와 리액터 등 전력기기를 제조하는 업체다. 제너럴일렉트릭(GE), 도시바&미츠비시 합작법인(TMEIC) 등에 특수변압기를 공급하고 있다. 고객사를 확대하면서 매출 규모도 커졌다. 매출액은 2021년 648억원에서 지난해 2145억원으로 연평균 81.9% 성장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억원에서 466억원으로 증가했다.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은 산일전기 기업가치 산정을 위해 제룡전기와 LS일렉트릭 등 2개사를 비교기업으로 선정했다. 제룡전기와 LS일렉트릭은 올해 들어 주가가 각각 350%, 200% 상승했다. 미국 변압기 시장에서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제룡전기 실적이 빠르게 좋아졌다. LS일렉트릭은 배전전력기기 수요 증가 전망에 힘입어 주가가 상승했다.
올해 들어 주가가 급등한 제룡전기와 LS일렉트릭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20.6배다. 주관사는 산일전기가 올해 1분기 달성한 당기순이익 165억원과 지난해 2분기부터 4분기까지 순이익 등을 고려해 530억원을 기준 실적으로 반영했다. 주당 평가액 3만4984원에 할인율 14.2~31.4%를 적용해 희망범위를 제시했다. 수요예측을 거치면서 할인율 적용 이전 수준까지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산일전기의 특수변압기 공급 실적과 성장성에 대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며 "일반투자자 보호를 위해 확정 공모가는 시장친화적인 가격으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산일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유승준 유화증권 연구원은 "미국 노후 전력망 교체에 따른 변압기 수요가 늘고 있다"며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전기차 충전시설, 신재생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투자가 이어지면서 전기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산일전기는 신규 수주가 늘고 있어 올해도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나민식 SK증권 연구원은 "상장 이후 시가총액은 약 1조7000억원에 형성될 것"이라며 "동일한 제품을 생산하고 매출액 규모가 비슷한 제룡전기와 직접적인 비교 대상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모가 기준 산일전기 시가총액은 1조656억원이다. 올해 1분기에 매출액 706억원, 영업이익 233억원, 순이익 165억원을 기록했다. 비교 기업인 제룡전기 시가총액은 1조4400억원이다. 올해 1분기에 매출액 650억원, 영업이익 258억원, 순이익 217억원을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