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중견·중소 기업 자금 지원용 'CLO' 발행·투자 늘린다

KB증권, 올해 첫 발행
세라젬 등 5개社 자금 확보
한투증권, 美CLO 상품 잇단 출시
고금리 상품 관심 증가 반영

KB증권이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을 발행하는 방법으로 5개 중견·중소 기업에 자금을 지원했다. 안마기로 성장한 중견 기업 세라젬, 자동차 부품회사인 기광산업 등 5개 기업이 CLO 발행을 통해 806억원의 자금을 마련했다. 최근 회사채 등 이자 상품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가하면서 증권사들이 주도하는 CLO 발행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B증권은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총 806억원의 CLO를 발행했다. 5개 기업에 실행한 대출을 수협은행 신탁으로 넘긴 후 발행한 신탁수익증권을 투자자들에게 파는 구조다. 담보권 및 상환 우선순위에 따라 선순위사채 250억원 후순위사채 556억원으로 트랜치(Trenche)를 나눠 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선순위 수익증권에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매입확약을 제공했다. CLO 채권 회수액이 선순위사채 원리금을 상환하지도 못할 수준이면 선순위수익증권을 전액 매입하겠다는 내용이다. 캠코가 선순위 투자자의 손실이 없도록 보증을 선 것이다.

CLO는 여러 기업에 실행한 대출을 하나로 묶어 전체 대출에서 발생하는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수익증권을 발행하는 구조화 상품이다. CLO로 대출을 받는 기업들은 보통 시장에서 자체 신용도를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렵고, 은행 대출도 쉽지 않다. CLO를 활용하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것보다 비교적 낮은 금리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여러 대출을 모아 하나의 수익증권으로 발행해 투자자 입장에서 부실률이 낮고 하이일드 채권보다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CLO 발행으로 세라젬(297억원), 기광산업(200억원), 태양기계(130억원), 터보윈(66억원), 새턴바스(113억원) 등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로 자금을 마련했다. 이들 기업은 보유 토지와 부동산을 KB부동산신탁에 담보로 맡겨 대출의 담보로 제공했다. 대출 만기는 3년으로, 여건이 되면 15개월 후부터 조기 상환할 수 있다.

증권사 주도의 CLO 발행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KB증권은 이번 올해 1차 CLO 발행에 이어 자금이 필요한 기업들을 물색해 추가로 구조화 대출을 실행할 계획이다. 기업대출을 받을 차주 물색에는 계열 은행인 KB국민은행, 계열 신탁사인 KB부동산신탁과도 협업을 강화할 예정이다.

다른 증권사들도 CLO 관련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미국 앵커리지캐피탈(Anchorage Capital)과 CLO 관련 협업 관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 뉴욕법인 ‘KIS US’가 CLO 등의 구조화상품에 투자하는 앵커리지캐피탈의 크레딧펀드에 투자하기로 확약했다. 앞서 세계 최대 사모펀드(PEF) 회사인 칼라일그룹과도 CLO 상품을 여러 차례 내놓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채권 등의 크레딧 상품에 대한 기관 및 개인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면서 "회사채 강세가 지속되면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은 하이일드채권과 더불어 CLO에 대한 관심도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우량 회사채보다는 금리가 높고 상대적으로 안정성을 보강한 형태의 다양한 CLO 상품을 선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증권자본시장부 임정수 기자 agrement@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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