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이화영 징역 9년6월 선고…이재명 방북비용 대납 인정(종합)

뇌물·정자법위반·외국환거래법·증거인멸교사
대부분 혐의 유죄 인정
이화영 측 "재판부·판결 인정 못 해 즉각 항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 비용을 쌍방울 그룹이 대납했다는 대북송금 의혹에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아온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특히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을 쌍방울 그룹이 대납했다는 점을 사법부가 인정함에 따라 검찰이 공범으로 수사해온 이 대표에 대한 사법처리가 곧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수원지법 형사11부(재판장 신진우)는 7일 외국환거래법 위반,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정치자금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 전 부지사에 대한 1심 선고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의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판단,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 6개월과 벌금 2억5000만원을 선고했다. 또 3억2595만원의 추징을 명했다.

이날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년6월을 따로 선고하고, 특정범죄가중법상 뇌물, 외국환거래법 위반, 증거인멸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 징역 8년 및 벌금 2억5000만원, 추징 3억2595만원을 선고했다. 형법은 여러 개의 죄를 저지른 경합범에 대해 동시에 판결해 징역형을 선고할 경우 가장 무거운 죄에 정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해 하나의 형을 선고하도록 정하고 있지만, 공직선거법 제18조 3항은 선거범이나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부정수수죄 등의 경우 따로 분리해 형을 선고하도록 예외로 정하고 있다.

한편, 재판부는 스마트팜 비용 대납 관련 무허가 지급으로 인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 이 전 부지사의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인정했지만, 상상적 경합관계(하나의 행위가 여러개의 범죄에 해당)나 일죄 관계(포괄일죄나 법조경합 등 관계에 따라 수개의 행위가 하나의 죄에 해당하는 경우)에 있는 다른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기 때문에 따로 무죄 선고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형과 관련 "장기간 뇌물 및 정치자금을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지원받아 온 피고인의 행위는, 상당한 정치적 경력을 갖춘 고위 공무원으로서 지난 수십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유력 정치인과 사기업 간의 유착관계의 단절을 위한 노력이 지속돼 왔음에도 이러한 기대를 저버렸다는 점에서 죄질이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북한과의 교류협력사업을 진행함에 있어서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신중하게 추진해야 함에도 자신의 공적인 지위를 이용해 사기업을 무리하게 동원했고, 음성적인 방법으로 북한에 거액의 자금을 무모하게 지급함으로써 외교·안보상 문제를 일으켰다"라며 "이는 비록 남북교류협력사업의 추진이라는 정책적 목적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 비난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기관에서부터 법정에 이르기까지 범행 일체를 부인하고, 비합리적인 변명으로 일관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이 전 부지사는 2018년 7월~2022년 7월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법인카드 및 법인차량을 제공받고, 자신의 측근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도록 하는 등의 방법으로 억대의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2022년 10월 구속기소됐다.

재판 도중 그는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에게 부탁해 경기도가 북한에 지급하기로 약속한 스마트팜 사업비용 500만달러와 이 대표의 방북 비용 300만달러 등 총 800만달러를 대납하게 한 혐의로 지난해 3월 추가 기소됐다.

한달 뒤인 지난해 4월에는 검찰 수사를 앞두고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에게 자신의 법인카드 사용 관련 자료 등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먼저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뇌물 수수 혐의와 관련 이 전 부지사가 경기도 평화부지사 재직 기간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 등으로부터 법인카드를 제공받아 사용하거나, 측근 문모씨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게 하는 방법으로 1억700여만원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범죄사실을 부인했으나, 피고인 방용철, 김성태, 그외 여러 명의 쌍방울 직원 등의 진술과 신용카드 사용내역, 경기도 내부 문건 등에 의해 피고인 이화영의 뇌물수수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가 킨텍스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동안 법인카드, 법인차량 등을 제공받아 뇌물을 수수했다는 부분은 뇌물죄 성립요건인 '직무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선 이 전 부지사가 방 전 부회장 등으로부터 법인카드, 법인차량을 제공받아 사용하거나 측근 문씨에게 허위 급여를 지급하게 하는 등 방법으로 2억1830여만원의 정치자금을 부정하게 수수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뇌물수수 혐의와 마찬가지로 방 전 부회장을 비롯한 쌍방울 그룹 직원들의 진술, 신용카드 사용내역, 차량 입출차 내역 등의 증거에 따라 이 전 부지사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가 경기도 평화부지사 취임 전 일부 법인카드를 제공받은 부분은 이 전 부지사가 정치자금법상 '정치활동을 하는 자'가 되기 전의 일로, 정치활동을 위해 제공된 자금이라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이재명 방북 비용 대납 인정돼…검찰, 이 대표 곧 기소할 듯

이재명 대표가 공범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대북송금 관련 혐의(외국환거래법 위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일부 유죄를 인정했다.

먼저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가 방 전 부회장 등과 공모해 경기도 스마트팜 비용을 대납할 목적으로 쌍방울그룹 임직원들을 동원해 미화 합계 164만달러 상당을 관할 세관의 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국외로 수출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방 전 부회장을 비롯한 쌍방울 직원들의 진술과 국가정보원 문건, 경기도 내부 보고서, 김모씨가 작성한 회의록 등을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판단하는 근거로 들었다.

다만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가 환치기 방법으로 180만위안을 국외로 수출했다는 부분은 '지급수단 휴대수출행위'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또 이 전 부지사가 방 전 부회장 등과 공모해 스마트팜 비용 대납 목적으로 금융제재대상자인 조선노동당에 미화 합계 500만달러를 지급했다는 부분은 조선노동당에 지급했거나 조선노동당에 지급할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가 방 전 부회장 등과 공모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방북 비용을 대납할 목적으로 쌍방울 그룹 임직원들을 동원해 미화 합계 230만달러 상당을 관할 세관의 장에게 신고하지 않고 국외로 수출하고, 한국은행 총재의 허가를 받지않고 미화 200만달러 상당을 금융제재대상자인 북한 조선노동당에 지급한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방 전 부회장 등 쌍방울 직원들과 전직 경기도 공무원 박모씨의 진술 외에도 경기도 공문, 전직 경기도 평화협력국장 신모씨의 메모, 북한 송모씨가 작성한 영수증 등 물적 증거에 의해 이 전 부지사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가 입증됐다고 밝혔다.

다만 이 전 부지사가 환치기 방법으로 70만 달러를 국외로 수출했다는 부분은 '지급수단 휴대수출행위'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방 전 부회장 등과 공모해 이재명 당시 지사의 방북 비용 대납 목적으로 리모씨를 통해 금융제재대상자인 조선노동당에 미화 합계 100만달러를 지급했다는 부분은 조선노동당에 지급했거나 조선노동당에 지급할 고의가 있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각각 무죄로 판단했다.

마지막으로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증거인멸교사 혐의도 유죄를 인정했다.

증거인멸교사 김모씨 등과 공모해 쌍방울 직원으로 하여금 내부 PC 하드디스크를 파쇄 및 교체하도록 하는 등 방법으로 자신의 혐의와 관련된 증거를 인멸하도록 교사한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씨와 방 전 부회장 등 쌍방울 직원의 진술과 앞서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관련자들의 형사판결문, 통화내역 등에 의해 이 전 부지사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날 재판부가 이 전 부지사가 쌍방울을 통해 이 대표의 방북 비용을 대납한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것은 향후 검찰의 이 대표 기소나 법원의 유무죄 판단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21일 열린 보석심문 기일에서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은 "이재명 대표가 이화영 피고인과 대북송금 사건 공동피고인으로 기소되진 않았지만, 공소사실 기재상 현재 야당 대표인 이재명이 공범으로 적시돼 있다"라며 "이화영에 대한 유죄 판결은 불가피하게 향후 이재명에 대한 유죄를 추정하는 유력한 재판 문서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이 대표는 향후 대선에 출마할 것으로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이라며 "유죄를 판결할 경우 이화영과 공범으로 기재된 이재명의 유죄를 설시하려는 그 이유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고 재판부를 압박했다.

이날 법원이 김 전 회장의 진술 신빙성을 인정해 이 전 부지사의 대북송금 혐의 일부를 유죄로 판단함에 따라 이 전 부지사의 1심 선고를 나흘 앞둔 지난 3일 '김성태 대북송금 사건 관련 검찰의 허위진술 강요 등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을 발의한 민주당도 특검법 도입을 밀어붙일 수 있는 동력이 약화될 전망이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와 함께 재판을 받은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에게는 정치자금법 위반 및 뇌물공여죄 등 혐의 유죄를 인정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스마트팜 비용 대납 관련 무허가 지급으로 인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및 2021년 10월경 증거인멸교사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이 전 부지사 측 "판결 받아들일 수 없고, 재판부 인정 못 해"…"즉각 항소" 입장 밝혀

이화영 전 부지사 측 변호인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즉각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현철 변호사는 '재판부가 ‘이화영 때문에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하게 됐고, 이화영이 쌍방울 대북사업에 영향력을 미쳤다’고 판단했는데 이는 대단히 잘못된 것"이라며 "재판부가 편파적으로 증거를 취사선택했다"고 반발했다.

김광민 변호사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 변호사는 "이 판결은 전제 사실 자체가 잘못됐다"라며 "이 사건 이전에도 주가 조작 등으로 수사받고 처벌받은 김성태를 가리켜 '건실한 중견기업의 CEO라서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라는 전제를 깔아놓고 한 재판이 어떻게 정당하고 정의로운 재판이냐"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 전제로 이화영에게 10년에 가까운 형을 선고했다"라며 "판결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고 재판부 자체도 인정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검찰 "법원 판결로 불법 대북송금 실체 확인"…항소할 것

한편 검찰은 이 전 부지사에 대한 이날 법원의 1심 판결을 통해 이재명 대표가 공범으로 수사받고 있는 불법 대북송금 범행의 실체가 명백히 확인됐다고 평가했다.

검찰은 법원이 대북송금의 실체를 인정하고도 일부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점과 뇌물수수액이 1억원이 넘는데도 법정형의 하한인 징역 10년보다 낮은 징역 8년이 선고된 점 등을 지적하며,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9년6월과 벌금 2억5000만원을 선고한 법원의 1심 판결에 불복,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수원지검은 이날 법원이 이 전 부지사의 대부분 혐의를 유죄로 인정, 중형을 선고한 뒤 낸 입장문에서 "재판부는 쌍방울 그룹으로부터의 1억700만원 뇌물수수, 2억1800만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불법 대북송금에 의한 외국환거래법 위반, 증거인멸교사 등 공소사실 대부분에 대해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유죄를 선고했다"고 밝혔다.

또 수원지검은 "오늘 판결을 통해 이화영 피고인이 경기도 평화부지사로서 경기도의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고, 경기도의 스마트팜 사업비용 대납 명목으로 500만달러,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방북비용 대납 명목으로 300만달러 등 쌍방울 자금 총 800만달러를 북한 측에 전달했다는 불법 대북송금 범행의 실체가 명백히 확인됐다"고 밝혔다.

수원지검은 "이화영 피고인과 변호인, 일부 언론 및 정당이 판결 직전까지 끊임없이 제기해왔던 이른바 '쌍방울 주가조작을 위한 대북송금' 주장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라며 "판결에는 구체적으로 ▲쌍방울이 대북사업을 추진한 경위, 이화영으로부터 안부수를 소개받은 사실 등에 비춰 보면 이화영의 도움으로 대북사업을 추진하게 된 것이 분명한 점 ▲나노스 IR 자료에 계약금 관련 내용이 있으나, 관계자 진술에 의하면 대북송금 대납 사실을 기재할 수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사용한 단어라고 진술하고, 당시 쌍방울이 사업권의 계약금을 지급할 단계도 아니었던 점 ▲김성태가 주가 상승을 위해 해외투자자들을 기망하는 등 무모한 행위를 했다는 이화영 피고인의 주장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는 점 ▲리호남이 쌍방울을 이용해 돈을 벌 생각을 했더라도 이는 리호남의 내밀한 자체 대남공작에 불과해 쌍방울 그룹이 대북사업을 추진하는 진정성과 배치된다고 볼 수도 없는 점 등 상세한 판결이유가 설시됐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4월 8일 열린 이 전 부지사의 결심공판에서 이 전 부지사에게 징역 15년과 벌금 10억원 등을 구형했던 검찰은 항소 의사를 밝혔다.

당시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뇌물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12년 및 벌금 10억원, 추징 3억3400여만원을, 외국환거래법 위반 및 증거인멸교사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수원지검은 "다만, 양형에 있어 뇌물수수 금액이 1억원 이상임에도 뇌물 부분에 대해 법정형의 하한인 징역 10년보다 낮은 징역 8년이 선고된 점과 외국환거래의 절차 부분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점에 대해서는 판결문 검토를 마치는 대로 항소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수원지검은 "특히, 밀반출 등 방법으로 800만불이 북한에 전달된 불법 대북송금의 실체를 인정해 밀반출로 인한 외국환거래법 위반의 점을 유죄로 인정하고, 북한 측 인사에게 전달된 사실까지 인정하면서도 최종적으로 '조선노동당'에 전달됐음이 입증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금융제재 대상자 전달 관련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일부 무죄를 선고한 부분에 대해서는 항소심에서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수원지검은 "앞으로 수원지검 수사팀은 불법 대북송금에 관해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따라 남은 수사와 재판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명확히 밝혀 엄정한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사회부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사회부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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