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윤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행사에서 서방 진영을 강하게 비난하며 "러시아에 대한 어떤 위협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타스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9일(현지시간) 오전 10시 수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는 79주년 전승절 기념식이 열렸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병식에서 "오만한 서방 강대국들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소련이 독일 나치 정권을 물리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잊고 전 세계를 분쟁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과도한 야망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고 있고, 러시아는 전 지구적인 충돌을 막기 위해 모든 조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누구도 우리를 위협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겠다. 우리의 전략군은 언제나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고 역설했다.
또한, 푸틴 대통령은 "영토 회복주의, 역사에 대한 조롱, 그리고 나치 추종자를 정당화하려는 욕구가 서방 강대국들의 일반적인 정책"이라며 "이들은 주권적이고 독립적인 세계 각지를 봉쇄하기 위해 점차 더 많은 지역적 갈등과 인종·종교 간 적대를 조장한다"고 비난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별군사작전'으로 부르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관련 참전 군인을 "영웅"으로 칭한 뒤 "러시아는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으며 조국의 미래가 우리에게 달려있다"며 이들을 독려했다.
이어 "러시아 전체가 특별군사작전의 영웅들과 함께한다"며 "이 위대한 애국 전쟁에서 승리자의 세대를 바라봐야만 한다"고 강조한 후 1분간 묵념을 제안했다.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열병식에는 병력 9000명 이상과 옛 소련의 주력 전차인 T-34 등 각종 무기 70여종, 항공기 등이 동원됐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국의 일원으로 독일 베를린에 가장 먼저 입성해 전투를 치렀던 러시아군의 제150차량화소총사단이 승전 깃발을 들고 행진했으며 뒤이어 T-34 전차가 행렬을 이끌었다. 러시아 공군 소속 전투기가 국기 색깔인 흰색, 파란색, 빨간색 연기를 내뿜으며 곡예비행을 하는 것으로 이날 행사는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