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희기자
지난해 불거진 '라임펀드 특혜성 환매' 의혹을 놓고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갈등이 법정에서 재개됐다. 김 의원 측은 '이 논란으로 총선 경선도 탈락했다'며 기존 주장을 거듭했고, 반면 이 금감원장 측은 '정치의 사법화'라고 맞섰다.
2일 서울남부지법 민사단독21부 김동진 판사는 김 의원이 이 금감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3억원 손해배상 소송의 첫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김 의원 측 변호인은 "금융감독원이 배포한 허위공문서 수준의 보도자료로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고, 이번 총선 경선에서 탈락하는 수모도 겪었다"며 "피고가 야당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이런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보이며, 이에 대해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소송은 2019년 갑작스러운 환매 중단으로 1조원대 피해를 일으킨 이른바 '라임 사태'와 관련해 김 의원이 당시 미래에셋증권으로부터 환매 직전 2억원 규모의 투자금 일부를 회수한 사실이 금감원 조사로 드러나면서 시작됐다. 금감원은 이를 특혜성 환매라고 지적하며 '다선 국회의원'이 포함돼 있다는 내용을 보도자료에 포함했다. 이후 언론 보도를 통해 해당 인물이 김 의원으로 밝혀졌는데, 김 의원은 "증권사 권유를 받아들였을 뿐"이라고 부인하며 지난해 9월 이 원장을 상대로 3억원 규모의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아울러 이 원장을 허위공문서 작성 및 공무상 비밀 누설 등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한 상태다. 다만 소송 당사자인 두 사람은 이날 법정에 직접 나타나진 않았다.
이 금감원장 측은 보도자료에 문제가 없을뿐더러, 기관이 아닌 이 금감원장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이 정쟁의 사법화에 해당한다며 맞섰다. 이 금감원장 측 변호인은 "보도자료에 원고(김 의원)를 특정한 것도 아니고 실제 내용에 있어 허위라고 볼 만한 부분도 없다"며 "혹여 일부 허위가 포함돼 있다 가정하더라도, 공인인 원고의 지위를 고려했을 때 진실이라고 믿을 이유가 상당했으므로 청구내용은 이유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기관 보도자료에 대해 기관장 개인을 가해자로 특정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다"면서 "객관적 근거도 없이 공공기관장 개인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부분은 법원에서 지양해야 할 '정치적 정쟁을 법정으로 끌어온 것'이라 생각된다"고 지적했다.
실제 해당 보도자료에는 실명 대신 '다선 국회의원'이라고만 표기돼 있고, 해당 인물이 김 의원이란 사실이 알려진 보도자료 배포 이후 언론보도를 통해서였다. 다만 김 의원 측은 실명이 보도된 경위에 금감원이 관련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미래에셋증권이나 라임자산운용 같은 기관에서는 투자자 정보를 유출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한다"며 에둘러 말했다. 이 대목에서 김 의원 측 변호인이 재판 진행과 관련 없는 보도 내용을 언급하자 판사로부터 "법정은 언론플레이하는 자리가 아니다"라며 제재당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은 김 의원이 같은 내용으로 이 금감원장을 공수처에 고소한 상태여서, 다음 변론 기일은 수사기관의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