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나영기자
박유진기자
강진형기자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나에게 익숙한 곳에서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교류하며 늙어가는 것을 말한다. 최근 지어졌거나 곧 지어질 노인복지주택들이 대부분 서울이나 경기도에 모여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가의 땅값으로 인해 월 임대료가 높게 잡히면서, 수도권에 지어진 시설들은 경제력 ‘최상층’인 고령자를 위한 시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 됐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땅을 확보해 주거나 각 사업주체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을 통해 입주 비용을 줄여야 중산층을 위한 노인복지주택이 대중화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중산층 어르신이 살 노인복지주택을 지으려면 보증금과 월세를 지금보다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땅값은 너무 비싸고 건축비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고금리 탓에 투자비까지 올랐다. 서울이나 경기도에 중산층 노인들을 위한 노인복지주택을 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삼성노블카운티에서 20년간 일한 강대빈 전국노인주거복지시설협회 부회장은 "중산층 노인을 위한 주택을 지으려면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업계에서는 잔뼈가 굵은 강 부회장은 최근 노인복지주택 사업자들에게 컨설팅을 하거나 정부에 정책을 건의하는 등의 일을 하고 있다.
강 부회장은 "롯데건설 컨소시엄이 ‘마곡 마이스(MICE) 복합단지’를 조성하면서 (초고가 노인주택인) VL르웨스트 부지를 평당 4000만~5000만원 선에 공급받았다"며 "그런데 지금은 그 가격으로는 서울에서 구할 수 있는 땅이 없을 정도로 땅값이 올랐다"고 했다. 경기도 위성도시 땅값도 현재 평당 2000만~3000만원이다. 부지 가격만 따져봐도 노인복지주택 입주 비용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주도로 2026년 경기도 화성 동탄에 착공할 시니어타운 내 노인복지주택(2550가구 예정)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엠디엠플러스에 따르면 이곳에도 보증금만 가구당 10억원 수준인 고급 노인복지주택이 지어질 계획이다.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보면 현재(3월 기준) 전국 65세 이상 고령인구 45%(987만3344명 중 442만6956명)가 수도권에 몰려 산다. 강 부회장은 이들의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실현해 줄 노인복지주택을 대중화하려면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가 부지와 세제 혜택, 이 두 가지 ‘당근’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부회장은 "노인복지주택은 어르신들이 입주비를 내고 살기 때문에 정부가 이를 영리시설로 규정하고 매년 세제 혜택을 줄여왔다"며 "노인복지주택이 상류층만을 대상으로 소수만 운영될 때는 그 논리가 맞지만 앞으로 확산시켜야 한다면 세제 문제부터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건물을 소유한 시행사에는 취득세·등록세·재산세를, 운영사에는 부가가치세를 일정 부분 감면해주는 방식을 예로 들었다.
강 부회장은 "국가가 반도체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기업에 법인세 감면 같은 혜택을 주는 것처럼, 노인주택을 지으라고 직접적인 재정 지원을 해주는 게 아닌 이상 세금 혜택이 가장 좋은 유인책이 될 것이다. 이런 방안을 8년 전부터 기획재정부와 국토부 공무원들에게 전달해왔고 진척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을 땅을 확보해 주는 것도 방법이다. 강 부회장은 "민간 사업자들에게 공공개발 부지나 그린벨트 해제 지역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면 중산층 노인복지주택 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에 노인복지주택을 짓고 있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노인복지주택도 청년안심주택이나 어르신안심주택처럼 공익적인 성격이 강한데도 용적률 완화 같은 혜택이 전혀 없다"며 노인복지주택 활성화를 하려면 규제 완화나 세제 혜택 같은 제도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