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1000만 시대]④올해 치매 100만명 넘는다…'2050년엔 80대 부부 중 한 명은 치매'

정부, 치매관리 제도 확대 방침
치매안심병원 전국 18개소 지정
치매관리주치의 7월 시범시행
치매안심센터 256개소 운영

국가 초고령화와 '한 세트'처럼 심각해지는 질환이 치매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65세 이상 946만명 중 98만명이 치매로 추정된다. 노년층 10명 중 1명 이상이 치매인 셈이다. 70~74세 8.5%, 80~84세 27.1%, 85세 이상은 38%로 나이가 들면서 급상승한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치매 환자가 100만명을 넘어서고, 2050년엔 300만명을 넘길 것으로 내다본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2050년 80세가 넘은 부부라면, 내가 치매를 앓던가 배우자가 앓는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치매노인에게 그림 치료를 통해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복지부 치매노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치매 환자 1인당 연간 관리비용은 2021년 기준 2112만원이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같은 해 연간 가구 평균 소득 49.5%를 차지하는 액수이다. 치매 환자가 있는 가정은 소득의 절반을 환자 관리에 쓰는 셈이다. 이 해 연간 국가치매관리비용은 18조7000억원으로 국내총생산의 0.9%에 달했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일본은 2060년 65세 이상 노인 중 34.3%가 치매 환자로 분류되고 사회적 비용은 214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보험연구원 자료). 일본 인구가 한국의 2배를 약간 넘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우리의 미래 부담을 가늠해볼 수 있다.

정부는 치매 급증에 대비하는 정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치매안심병원'이 대표적이다. 치매 환자 전용 병동에 치매 환자 특성을 고려한 시설·장비를 갖추고, 치매 치료·관리에 전문성이 있는 신경과·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 의사 인력과 전담 간호인력을 배치한 병원급 의료기관이다. 치매 진단, 치료와 요양까지 통합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서울시 서북병원 등 전국 18개 의료기관이 치매안심병원으로 지정돼 있다. 염민섭 복지부 노인정책관은 "치매안심병원 확대를 위한 지원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는 7월부터는 '치매관리주치의' 제도가 시범 도입된다. 치매 환자가 병원이나 요양시설에 들어가는 대신 자기 집에 살면서 치매 전문 의료진의 치료와 관리를 받도록 하는 서비스이다. 관리 대상자로 선정되면 연 4회의 방문 진료와 교육 상담, 연 12회의 치매 관리를 받을 수 있다. 복지부는 치매 환자 3000명을 대상으로 1년간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내년 7월 시범사업 규모 확대를 거쳐 2026년 하반기 본사업을 시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치매 고위험군을 경도인지장애 단계부터 관리해 중증 치매로 진행하지 않도록 하는 기관인 '치매안심센터' 사업도 펴고 있다. 치매안심센터는 기초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해 요양보호센터 등에 수용할 만큼 중증은 아니지만 집에 혼자 있기는 어려운 경증 치매 환자를 돌보는 기관이다. 치매안심센터는 전국 시·군·구에 256개소가 있다. 거주지 관할 치매안심센터에 등록하면 치매 조기 검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검진 결과 치매로 진단받고 등록하면 센터에서 의료·복지 서비스를 직접 지원하거나 외부 서비스를 연결해 준다.

치매안심센터는 복지부의 치매안심마을 조성 사업과 연동해 운영된다. 치매안심마을은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치매와 치매 환자, 가족에게 관심을 갖고,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마을로, 각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치매안심센터가 이를 위한 중심 역할을 담당한다. 복지부는 지난해 7월 '치매안심마을 우수 선도사업'을 공모해 서울 광진구 등 48곳의 치매안심센터의 우수 사례로 선정했다. 우수한 치매안심센터에 예산을 지원하여 지역사회 특성에 기반한 치매관리사업을 개발, 시행하는 것이 목표이다. 치매안심마을의 대표적인 제도가 치매안심가맹점이다. 지역사회 소매업소를 대상으로 가맹을 받고, 해당 사업장 종사자 전원이 치매파트너 교육을 수료한 뒤 실종 치매 환자 발견 시 신고 및 임시 보호 등의 역할을 한다.

복지부는 지난해 7월 지역사회 기반 치매 관리 서비스를 강화하고 치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자 '치매안심마을 우수 선도사업'을 공모해 광진구 등 48개의 치매안심센터의 우수 선도사업을 선정하기도 했다. 치매안심마을 우수 선도사업은 기획력 있는 치매안심센터에 예산을 지원하여 지역사회 특성에 기반한 치매관리사업을 발굴하여 확산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역별로는 서울 8곳, 부산 1곳, 광주 1곳, 울산 3곳, 경기 4곳, 강원 1곳, 충남 8곳, 전북 2곳, 전남 9곳, 경북 5곳, 경남 5곳, 제주 1곳이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의 '치매안심센터 등록현황'을 보면, 2021년 말 기준 치매안심센터 등록자는 400만명이었다. 이 중 50만명은 치매, 15만명은 경도인지장애였다. 그러나 전체 치매 환자의 치매안심센터 등록 비율은 51.7%에 그친다. 국내 치매 환자의 절반이 정부가 제공하는 관리 서비스를 받지 않는 것이다.

복지부는 올 2월 의료기관에서 치매 환자를 진료할 때 환자와 보호자에게 치매안심센터를 적극 안내하도록 지자체,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에 협조를 요청했다. 염 정책관은 "최근 치매 환자를 돌보던 가족이 치매안심센터나 장기요양보험 등록을 하지 않고 혼자서 간병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있었다"며 "치매안심센터를 활용하면 치매 환자와 가족이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중기벤처부 오주연 기자 moon170@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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