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현지기자
4·10 총선 결과에 부동산 관련 협회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리모델링 관련 협회들은 이번 총선 결과를 계기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고 나섰다. 반면,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대한건축사협회 등은 총선 여파로 숙원사업 추진을 위한 새로운 발의자 찾기에 고심하는 상황이 됐다.
리모델링 관련 협회의 한 관계자는 17일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여럿인 서울 일부 자치구에서 리모델링에 우호적인 민주당 의원들이 당선됐다"며 "이들과 연대해 리모델링 법안 마련을 위해 노력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현재 리모델링 규정을 담은 별도의 법안은 없다. 주택법에 혼재돼 있어 주먹구구식 규제를 받아왔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리모델링 수요가 커짐에 따라 2022년 국회에서 ‘공동주택 리모델링 특별법’이 추진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논의가 멈춰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될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오세훈 시장 등 여당이 ‘민주당의 잔재’라며 리모델링에 대립각을 세우지 않았느냐"면서 "거꾸로 대립 구도를 이용해 다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과 접촉해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달리 울상을 짓고 있는 협회도 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협회를 법정 단체화하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노력해왔다. 공인중개사 징계권과 부동산 시장 교란행위 단속 권한을 부여받아 국민 재산권을 보호하고 전세사기 문제를 뿌리 뽑겠다는 취지였다. 21대 국회에서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법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숙원 사업’ 해결에 한 발짝 다가서는 듯했다. 하지만 김 의원이 성남 분당을에서 국민의힘 후보에 밀려 국회 재입성에 실패하면서 법안 발의자를 다시 찾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21대 국회에서 통과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총선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는데 아쉬움이 큰 상황"이라면서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면 양당에 고루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라고 귀띔했다.
대한건축사협회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건축사의 업무 대가 현실화를 골자로 한, ‘건축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학용 의원(국민의힘)의 낙선으로, 새로운 발의자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 법안은 현재 공공건축물 발주에 한해 적용되는 ‘공공발주사업에 따른 건축사의 업무범위 및 대가 기준’을 민간건축물 발주에도 활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반면 건축사협회가 반발하고 있는 ‘건축물 기본설계와 구조설계 분리 발주 법안‘은 22대 국회에서 재발의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를 대표 발의한 강대식 의원(국민의힘)은 이번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했다. 이 법안은 지난해 4월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공사현장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원인 중 하나로, 건축설계 도면상 구조계산 오류가 지목되면서 제정에 속도가 붙었다. 현재 건축사의 고유업무로 규정하고 있는 건축물의 설계, 공사감리 등을 건축구조기술사도 수행할 수 있도록 해 감리 단계에서 오류를 시정해야 한다는 목적에서 나온 법이다. 하지만 건축사들은 분리발주 시 건축설계를 총괄하는 건축사에 대한 협력이 강제되지 않아 유기적인 협업이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건축물의 안전성과 품질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