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기운 받으며 백년가약…미국서 개기일식 맞춰 수 백 쌍 결혼

개기일식 경로마다 대규모 결혼식 열려
7년 만의 개기일식으로 약 8조 경제 효과

미국에서 수백 쌍의 커플이 7년 만의 개기일식을 기념하며 그 아래서 특별한 결혼식을 올렸다.

8일(현지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트랜턴 커뮤니티 파크에서 열린 합동결혼식에 참석한 커플들이 개기일식이 진행되는 도중 결혼반지를 교환하고 있다. 이날 미국에서는 북미 대륙에서 7년 만에 관측된 희귀한 우주쇼를 관측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하던 일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8알(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CNN 방송 등은 이날 오후 완전한 개기일식이 지나간 미 남부 아칸소주 러셀빌에서는 '일로프 엣 더 이클립스'(Elope at the Eclipse)라는 이름의 대규모 합동결혼식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일로프'는 사랑하는 사람과 눈이 맞아서 함께 달아난다는 의미다. 이날 점심때쯤 시작된 개기일식은 약 4분간 이어졌으며, 이 시간 동안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려 하늘이 온통 깜깜해졌다.

이 합동결혼식의 주최 측은 지난해 7월에 개기일식 축제의 한 부분으로 이 행사를 예고했다. 커플들이 축제 티켓을 구매하고 결혼 증서 발급 비용을 내면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매체는 이 행사에 모두 358쌍의 커플이 참여해 이날 오후 개기일식으로 하늘이 완전히 깜깜해지기 직전에 결혼식을 올렸다고 전했다.

8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트렌턴의 트렌턴 커뮤니티 공원에서 열린 대규모 결혼식에서 개기일식을 올려다보고 있다.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15년간 연애해온 애슐리 스미스와 게리 크네벨은 2017년 결혼식을 올리려다 스미스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한 차례 미뤘고, 이번 개기일식에 맞춰 결혼하기로 했다. 이날 결혼식을 앞두고 스미스는 "내가 결혼하는 순간이 가장 기대된다"고 말했지만, 크네벨은 "어둠의 순간이 가장 기대된다"라고 해 웃지 못할 일화가 생기기도 했다.

이날 개기일식 관측 경로에 있는 오하이오주의 작은 마을 티핀에서도 무료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이 지역 상공회의소 임원 브라이스 릭스는 지난 3월 말 등록이 마감됐다고 전했으며, 모두 150쌍의 커플이 참가 등록을 했다고 말했다. 릭스는 "(참가자의) 10%가 지역 주민이고 나머지는 여행을 온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결혼식을 하러 이동한 거리는 총 1만6600마일(약 2만6천715㎞)에 달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개기일식 관측 지역인 인디애나폴리스에서도 여러 건의 야 결혼식이 열렸다. 월요일은 통상 결혼식 날짜로 선호되는 요일이 아니지만, 이날 결혼식 서비스 웹사이트 '더 나트'(The Knot)에는 약 750건의 결혼식이 등록돼 1년 전 같은 요일의 2배가 넘는 수준을 보였다고 매체는 전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클리블랜드 프로그래시브 필드 야구장에서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이 관측됐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이날 개기일식을 보면서 약혼을 하는 커플도 있었다. CNN이 이날 버몬트주 스토우에서 개기일식을 생중계하던 가운데 한 남성이 자신의 연인에게 프러포즈를 했고, 연인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했다. 이를 보던 CNN 기자는 "지금 역사에 새겨진 개기일식의 어둠 속에서 진정한 사랑이 굳게 맺어졌다"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한편 미국에서 관측되는 개기일식은 2017년 8월 21일 이후 약 7년 만이다. 특히 이번 개기일식은 2017년 당시보다 더 넓은 곳에서 더 오래 관측될 것으로 예측됐다. 지속 시간은 관측 장소에 따라 다르지만, 2017년 당시 최대 2분 42초였던 데 비해 이번에는 멕시코에서 최대 4분 28초, 미국 텍사스에서 최대 4분 26초가량이다. 게다가 다음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기회는 20여년 뒤인 2045년에나 돌아올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희소가치가 더 커졌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개기일식으로 총 60억달러(약 8조1180억)의 경제 효과가 유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완전한 개기일식 관측이 가능한 남부 텍사스주부터 북동부 메인주에 걸쳐 대각선으로 이어지는 경로에는 외지에서 수백만 명이 모여들었다고 전해졌다.

이슈&트렌드팀 구나리 인턴기자 forsythia26@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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