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리인턴기자
미국에서 수백 쌍의 커플이 7년 만의 개기일식을 기념하며 그 아래서 특별한 결혼식을 올렸다.
8알(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CNN 방송 등은 이날 오후 완전한 개기일식이 지나간 미 남부 아칸소주 러셀빌에서는 '일로프 엣 더 이클립스'(Elope at the Eclipse)라는 이름의 대규모 합동결혼식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일로프'는 사랑하는 사람과 눈이 맞아서 함께 달아난다는 의미다. 이날 점심때쯤 시작된 개기일식은 약 4분간 이어졌으며, 이 시간 동안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려 하늘이 온통 깜깜해졌다.
이 합동결혼식의 주최 측은 지난해 7월에 개기일식 축제의 한 부분으로 이 행사를 예고했다. 커플들이 축제 티켓을 구매하고 결혼 증서 발급 비용을 내면 이 행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매체는 이 행사에 모두 358쌍의 커플이 참여해 이날 오후 개기일식으로 하늘이 완전히 깜깜해지기 직전에 결혼식을 올렸다고 전했다.
15년간 연애해온 애슐리 스미스와 게리 크네벨은 2017년 결혼식을 올리려다 스미스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한 차례 미뤘고, 이번 개기일식에 맞춰 결혼하기로 했다. 이날 결혼식을 앞두고 스미스는 "내가 결혼하는 순간이 가장 기대된다"고 말했지만, 크네벨은 "어둠의 순간이 가장 기대된다"라고 해 웃지 못할 일화가 생기기도 했다.
이날 개기일식 관측 경로에 있는 오하이오주의 작은 마을 티핀에서도 무료 합동결혼식이 열렸다. 이 지역 상공회의소 임원 브라이스 릭스는 지난 3월 말 등록이 마감됐다고 전했으며, 모두 150쌍의 커플이 참가 등록을 했다고 말했다. 릭스는 "(참가자의) 10%가 지역 주민이고 나머지는 여행을 온 사람들"이라며 "그들이 결혼식을 하러 이동한 거리는 총 1만6600마일(약 2만6천715㎞)에 달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개기일식 관측 지역인 인디애나폴리스에서도 여러 건의 야 결혼식이 열렸다. 월요일은 통상 결혼식 날짜로 선호되는 요일이 아니지만, 이날 결혼식 서비스 웹사이트 '더 나트'(The Knot)에는 약 750건의 결혼식이 등록돼 1년 전 같은 요일의 2배가 넘는 수준을 보였다고 매체는 전했다.
이날 개기일식을 보면서 약혼을 하는 커플도 있었다. CNN이 이날 버몬트주 스토우에서 개기일식을 생중계하던 가운데 한 남성이 자신의 연인에게 프러포즈를 했고, 연인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두 사람은 결혼을 약속했다. 이를 보던 CNN 기자는 "지금 역사에 새겨진 개기일식의 어둠 속에서 진정한 사랑이 굳게 맺어졌다"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한편 미국에서 관측되는 개기일식은 2017년 8월 21일 이후 약 7년 만이다. 특히 이번 개기일식은 2017년 당시보다 더 넓은 곳에서 더 오래 관측될 것으로 예측됐다. 지속 시간은 관측 장소에 따라 다르지만, 2017년 당시 최대 2분 42초였던 데 비해 이번에는 멕시코에서 최대 4분 28초, 미국 텍사스에서 최대 4분 26초가량이다. 게다가 다음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기회는 20여년 뒤인 2045년에나 돌아올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희소가치가 더 커졌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개기일식으로 총 60억달러(약 8조1180억)의 경제 효과가 유발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완전한 개기일식 관측이 가능한 남부 텍사스주부터 북동부 메인주에 걸쳐 대각선으로 이어지는 경로에는 외지에서 수백만 명이 모여들었다고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