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권해영특파원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2분기 첫 거래일인 1일(현지시간) 혼조세로 마감했다. 예상보다 강력한 미국 제조업 경기로 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채 금리가 급등, 지수에 부담을 줬다. 시장은 오는 5일 나올 미 노동부의 3월 고용보고서를 주시하고 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40.52포인트(0.6%) 하락한 3만9566.85에 장을 마감했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0.58포인트(0.2%) 밀린 5243.77로 거래를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17.37포인트(0.11%) 오른 1만6396.83에 장을 마쳤다.
이날 발표된 미국 3월 제조업 경기가 시장의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투심을 악화시켰다.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50.3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전월(47.8)과 전문가 예상치(48.5)를 모두 하회했다. PMI가 50을 넘으면 경기 확장, 50을 밑돌면 경기 위축을 의미하는데, ISM이 집계하는 미 제조업 PMI가 확장 국면에 들어간 것은 지난 2022년 9월 이후 1년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생산량과 신규 주문 증가가 제조업 경기 확장을 견인했다.
ISM 제조기업 조사위원장인 티모시 피오레는 "수요는 여전히 회복 초기 단계에 있고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들이 있다"며 "기업들이 다시 확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생산이 1, 2월과 비교해 급증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고객의 재고 수준은 3월에 더 빠른 속도로 감소했고, 기업들은 자사 고객의 재고 부족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며 "이는 향후 신규 주문 및 생산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간주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미국 ISM 제조업 경기가 예상을 깨고 확장 국면에 진입하면서 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후퇴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Fed가 6월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6월 베팅을 철회하기 시작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을 58%가량 반영하고 있다. 일주일 전 70%대에서 하락했다.
금리 인하 시점 후퇴 가능성에 국채 금리는 뛰고 있다. 글로벌 채권금리 벤치마크인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거래일 대비 12bp(1bp=0.01%포인트) 뛴 4.31%,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국 2년물 국채 금리는 9bp 오른 4.71%선에서 움직이는 중이다.
인터랙티브 브로커스의 호세 토레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투자자들은 Fed가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피벗(pivot·방향전환)에 나설 가능성을 예상하고 움직이고 있다"며 "Fed의 첫 금리 인하는 올해 하반기에 이뤄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성금요일 휴장일에 공개된 인플레이션 지표는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나왔다. 2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5% 상승해 전문가 전망치에 부합했다. 전월(2.4%)보다는 0.1%포인트 올랐다.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해 물가의 기조적인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 PCE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8% 상승했다. 역시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으며 1월 상승폭(2.9%)보다는 0.1%포인트 낮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지난달 29일 2월 PCE 물가와 관련해 "예상에 부합하게 나온다는 건 좋은 일"이라면서도 "금리 인하를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시장은 2월 PCE 물가가 전망을 벗어나지 않고, 제조업 경기는 예상 밖 확장세를 나타낸 가운데 이번 주 발표될 고용지표를 주목하고 있다. 핵심은 미 노동부가 5일 내놓는 3월 고용보고서다. 인플레이션이 크게 낮아지지 않은 상황에서 견조한 고용이 지속될 경우 금리 인하는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지난달 비농업 부문 신규 고용이 20만5000건 증가해 2월(27만5000건) 대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3월 실업률은 2월과 같은 3.9%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보다 앞선 2일에는 미 노동부의 지난 2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 3일에는 민간 고용정보업체인 ADP의 3월 비농업 신규 고용 지표가 발표된다.
3일에는 파월 의장의 발언이 또 한 번 이어진다.
종목별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설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 소셜의 모기업 '트럼프 미디어&테크놀로지그룹(TMGT)'이 지난해 연간 순손실 공시 후 21.47% 급락했다. 미국 이동통신사 AT&T는 고객 정보 유출 사태로 0.57% 하락했다. UPS는 미국 연방 우정청의 주요 항공 화물 운송 사업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에도 0.68% 떨어졌다. 마이크론과 델타항공은 목표주가 상향 소식에 각각 5.44%, 0.73% 올랐다.
국제유가는 미국과 중국의 수요 확대 전망과 산유국 감산, 지정학적 불안 등으로 상승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54달러(0.7%) 오른 배럴당 83.71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10월27일 이후 최고 수준이다. 브렌트유는 6월물 기준 0.42달러(0.5%) 상승한 87.42달러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