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기자
"안경, 콘택트렌즈 왜 온라인에서 못 사나요?"
미국, 일본, 중국에선 다 되는데 한국에서만 못하는 게 있다. 안경과 콘택트렌즈를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일이다. 의료기기에 해당하는 도수 안경은 국가자격시험을 통과한 안경사가 있는 안경점에서만 판다.
하지만 돋보기 안경뿐 아니라 도수가 없는 컬러 콘택트렌즈도 온라인 판매는 금지돼 있다. 안경점이 없는 도서·산간 지역에선 돋보기 안경을 하나 사려고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실정이다. 소비자는 또 온라인에서 가격을 알 방법조차 없다. 미국의 아마존은 물론이고 일본의 라쿠텐, 중국의 티몰 등이 이미 온라인에서 안경과 콘택트렌즈를 팔고 있는 것과 대조를 이룬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 7개 협·단체로 구성된 디지털경제연합은 최근 ‘22대 총선 정책제안서’를 발간하면서 규제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제안서에는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 제언 60여개가 담겨 있다. 22대 국회에선 이 규제만큼은 꼭 풀어달라고 간절히 호소하는 업계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디지털경제연합에 포함된 회원 기업 수를 모두 합하면 2만2000여곳에 달한다.
"안경값은 왜 비쌀까?" 이 물음 하나로 창업을 해 대박을 터트린 기업이 있다. 2010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동기 4명이 설립한 ‘와비파커’는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와비파커는 소비자가 안경 처방전을 올리고 안경테를 5개 고르면 무료로 집까지 배송해주는 온라인 판매를 했다. 안경 유통 구조를 바꿔 기존 가격의 5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한국 스타트업은 이런 아이디어가 있어도 규제 때문에 창업을 못 한다. 기업은 착용자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돋보기 안경, 미용용 콘택트렌즈라도 우선적으로 온라인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입장이다. 하명진 온라인쇼핑협회 정책지원실장은 "국민 편익을 증대할 뿐만 아니라 온·오프라인 경쟁을 촉진해 상품 가격 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고 말했다.
24시간 편의점에서 판매가 허용된 감기약, 해열제, 소화제 등 안전상비약 역시 온라인 판매가 불가능하다. 편의점이나 약국이 없는 도서·산간 지역에선 불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 독일, 중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허용하고 있는 주류의 온라인 판매 허용 역시 유독 한국에서만 풀리지 않는 이슈다. 업계는 도수가 상대적으로 낮고 가격이 비싼 와인 제품이라도 온라인 판매를 허용한다면 가격 경쟁이 활발히 이뤄지고 소비자 후생에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