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김밥 할머니' 추모…'나눔의 의미 다시 생각'

박춘자 할머니, 94세 일기로 별세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나눔 실천 멋진 삶"

문재인 전 대통령이 50여년간 김밥을 팔아 모은 전 재산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부해 ‘김밥 할머니’라 불린 고 박춘자 할머니를 추모했다.

문 전 대통령은 16일 페이스북에 “박춘자 할머니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늦게 들었다”며 “사시던 집의 월세 보증금 5000만원까지 어린이복지재단에 기부하셨다고 하니, 돌아가시는 순간까지 나눔을 실천하는 멋진 삶을 사셨다”고 적었다.

앞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박 할머니가 지난 11일 세상을 떠나며 생전 밝힌 뜻에 따라 살고 있던 보증금 5000만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문 전 대통령은 “2021년 청와대에서 열린 기부 나눔 단체 초청 행사에 할머니를 초대했다”며 “어려웠던 어린 날을 회상하며 ‘나누는 것이 최고의 행복이었다’고 행사 내내 눈물을 흘리던 할머니의 모습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어 “할머니는 가진 것이 많아 나누는 것이 아니라, 누구든지 돈이든 재능이든 마음이든 나누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셨다”며 “박춘자 할머니의 영면을 빌며, 나눔의 의미를 다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춘자 할머니 [사진출처=연합뉴스]

2021년 청와대에서 열린 기부 나눔 단체 초청 행사 당시 김정숙 여사 옆자리에 앉은 박 할머니는 발언 차례가 오자 “저는 가난했고 돈이 없어 배가 고팠다. 먹는 순간 너무나 행복했다. 그게 너무나 좋아서 남한테도 주고 싶었다. 돈이 없는 사람에게 돈을 주면 행복을 주는 것 같았다”며 “그 뒤로는 돈만 생기면 남에게 다 주었다. 나누는 일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었다”고 기부를 하게 된 이유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구십이 넘게 다 주면서 살다가 팔자에 없는 청와대 초청을 받았다”며 “이런 일이 있나 싶었다. 그런데 방금 (김정숙 여사가) 내밀어 주시는 손을 잡으니, 갑자기 어린 시절 제 손을 잡아주던 아버지의 손이 생각났다. 그래서 귀한 분들 앞에서 울고 말았다. 죄송하다”며 눈물을 흘렸다.

1929년 태어난 박 할머니는 10살 무렵부터 경성역(현 서울역)에서 일본 순사의 단속을 피해 김밥을 팔았고, 홀아버지 밑에서 자라면서 중학교 1학년 이후 학업을 잇지 못했다. 매일 남한산성 길목에서 등산객들에게 김밥을 팔아 모은 3억3000만원을 “돈이 없어 학업을 놓아야만 하는 아이들을 돕고 싶다”며 2008년 초록우산에 기부했다. 김밥 장사를 그만둔 뒤에도 11명의 지적 장애인을 집으로 데려와 20여년간 친자식처럼 돌보며 수녀원에 장애인 그룹 홈 건립 기금 3억 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거주하던 월셋집을 나와 지난 2021년 사회 복지 시설로 들어갔고, 유언으로도 월셋집 보증금 기부도 약속했다. 2021년 9월 LG복지재단으로부터 LG의인상을 받았는데 당시 받은 상금 5000만원도 기부했다.

박 할머니는 발인을 마치고 경기 안성추모공원에 안치됐다.

이슈&트렌드팀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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