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민영기자
금융당국이 기관투자가의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수탁자 책임원칙) 가이드라인을 변경키로 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들의 수탁자 책임을 명시한 일종의 '행동 수칙'이다. 공무원연금공단과 국내 대형 자산운용사들 역시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을 역설했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한국거래소에서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관련 기관투자가 간담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주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보험사·증권사 등 기관투자가 10개사와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 한국ESG기준원, 자본시장연구원 등 유관기관이 참석했다. 간담회에서는 2월26일 발표한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 중 기관투자가와 밀접히 관련된 스튜어드십 코드 반영,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 방안을 논의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기관투자가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으로 기관투자가가 타인의 자산을 관리·운용하는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행해야 할 7가지 원칙이다. 스튜어드십 코드에 참여하려는 기관투자가는 참여를 공표한 후 원칙들을 이행한다. 현재 4대 연기금, 125개 운용사 등 총 222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이번 스튜어드십 코드 반영과 관련된 내용은 7개의 원칙 중 ‘원칙3 기관투자가는 투자대상회사의 중장기적인 가치를 제고해 투자자산의 가치를 보존하고 높일 수 있도록 투자대상회사를 주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이다. 기관투자가들이 투자대상회사가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그렇지 않다면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구체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정부는 공정하고 투명한 시장질서 확립, 자본시장 접근성 제고, 주주가치 기업경영 확립이라는 3가지 방향하에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며 "상장기업의 노력을 투자자가 제대로 평가하여 투자결정 등에 반영할 때, 상장기업들이 기업가치 제고 노력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위원장은 "오늘 스튜어드십 코드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기관투자가들이 투자대상회사에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독려할 수 있는 구체적 근거가 마련된다"며 기관투자가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금융위는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개발작업을 진행 중인 ‘코리아 밸류업 지수’와 관련해 해외사례 검토와 여러 종목 선정 기준안에 대한 성과 시뮬레이션을 시행 중이다. 해당 지수를 향후 기관투자가들이 벤치마크로 활발히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발 과정에서 연기금, 운용사 등과 충분히 협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박현상 공무원연금공단 주식운용팀장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근본적인 목적은 한국 자본시장 및 상장기업의 체질개선이기 때문에, 장기와 단기로 구분된 정책 어젠다가 필요하다"며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기관투자가로서 적극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두남 삼성자산운용 상무는 "오늘 논의한 스튜어드십 코드 반영과 코리아 밸류업 지수 개발과 더불어 기업들이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계속적으로 발굴·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짚었다.
황선오 금융감독원 부원장보는 "기업 밸류업 방안이 실효성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금융감독원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라면서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과제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일본 사례를 보면 과거 아베노믹스부터 최근 도쿄증권거래소의 밸류업 노력(‘자본비용·주가를 고려한 경영실현’ 참여독려)까지의 일련의 과정에서 일본공적연금(GPIF) 등 일본 기관투자가의 적극적 참여와 외국인 자금의 유입이 주가지수 상승에 큰 역할을 했다"고 강조했다.
심인숙 한국ESG기준원 원장은 "여러 참석자분의 의견처럼 실질적인 기업 밸류업을 위해서는 기관투자가의 역할이 중요하므로, 스튜어드십 코드 가입 기관투자가들 중심으로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한국ESG기준원도 적극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