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나영기자
부동산 경기 한파에 건설사들이 정부 발주 사업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 발주 물량이 늘어나고 있고, 수익성에 낮더라도 주택 분양 등 민간 사업에 따른 리스크를 감내하는 것보다 효율적이라는 판단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한국서부발전와 공주 천연가스 발전소 주기기와 부속 설비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서부발전이 2027년 4월까지 500MW급의 천연가스발전소를 건설하는데, 여기에 주기기를 공급하는 계약이다. 정부는 제8차 전략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낡은 태안 석탄화력발전소 2호기를 LNG 발전소로 대체한다.
대우건설은 이번 계약에 따라 GE사와 함께 컨소시엄으로 발전소 설계와 발전 주요 설비를 공급한다. 시공과 시운전 관련 기술지원까지 맡았다. 건설사들은 공공사업에서 보통 EPC(설계·조달·시공) 중 시공을 담당하는데, 이번에 대우건설의 조달(P)을 담당한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조달은 쉽게 말해 구매 대행으로 볼 수 있으며, EPC 중에 수익성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발주처와 펀딩이 확실한 공공기관 사업들이 인기인데, 이런 사업들은 통상 전체 도급금액 중 10% 정도를 선수금으로 받아서 재무 상황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대우건설은 지난달 4930억원 규모의 ‘한국 초저온 인천물류센터’ 신축사업도 수주했다. 공공기관 발주로, 발주처가 공사비 재원을 100% 확보해 수금 안정성이 높다는 게 장점이다.
대우건설 뿐만 아니라, 건설사들은 발전소·병원·저온 창고까지 정부 발주 사업을 속속 수주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이 돼야 돈을 벌 수 있는 주택 사업과 달리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사업은 리스크가 크지 않다"라고 밝혔다.
현대건설은 시흥 배곧 서울대학교 병원 건설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현대건설은 조달청에 병원 공사 수의계약 참여 의사를 전달했다. 공사비는 총 4342억원 규모로 추정된다. 수의계약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걸 전제로 빠르면 올해 하반기 중 공사가 시작 될 전망이다. 서울대병원은 공공기관으로, 조달청이 입찰 심의를 대행해 주고 있다. 이 사업은 낮은 공사비 문제로 인해 지난해 1월부터 네 차례나 시공사 선정이 유찰됐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침체기가 길어지면서 분양 여부와 상관없이 안정적으로 기성 자금을 투여받을 수 있는 공공 발주 사업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며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건설에도 여러 건설사들이 한꺼번에 투입됐는데 이런 사업은 부동산 경기와 상관없이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고 했다.
올해 들어 건설사들의 전체 수주실적은 지난해보다 급격히 후퇴했다. 그러나 분야별로 보면 주택사업을 포함한 민간 부문만 크게 위축됐을 뿐, 공공 부문은 오히려 늘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1월 국내 건설업 신규수주는 8조5639억원으로 전년 동월(18조4720억원)보다 53.6% 감소했다. 특히 민간부문(16조5719억원→6조2391억원)이 1년 만에 10조원 넘게 줄어들었다. 반면 공공부문(1조7550억원→2조2760억원)은 5000억원 이상 늘어났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그간 건설사들 사업이 지나치게 주택 위주로 편중돼 있어 올해부터 수주량이 급감한 것"이라며 "이럴 때일수록 국가에서도 SOC 사업을 일으켜서 건설업계를 지탱해줄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침체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국토교통부는 올해 신속집행 관리대상 예산 56조원 중 34조원을 올해 상반기 중 집행한다. 특히 올 6월까지 도로·철도·항공 등 주요 SOC 사업에 12조4000억원을 투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