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한 모피 코트에 빨간 립스틱…다시 주목받는 '조폭마누라' 패션

동물권 보호에 물러났던 모피 올초 다시 인기
"클린걸 반작용…유행 6개월 넘기지 않을 것"

동물 보호 추세에 자취를 감췄던 모피가 다시 유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일 틱톡에서 '마피아 아내'(Mob Wife) 해시태그를 단 포스팅들이 약 1만개를 넘어섰으며, 영상 조회 수 또한 1억6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모피를 입은 켄달 제너.[사진=인스타그램]

틱톡에 올라온 '마피아 아내'(Mob Wife) 해시태그를 단 포스팅.[사진=틱톡]

국내에서는 '조폭 마누라' 정도로 번역될 법한 'mob wife', 'mob wives' 영상 속 여성들은 호피 무늬 의상, 묵직한 금 액세서리, 광택이 도는 가죽, 알이 큰 선글라스, 거대한 부피감을 뽐내는 모피 코트를 입고 마피아 조직원처럼 보이도록 꾸민다.

이와 함께 두꺼운 아이라인과 새빨간 손톱과 립스틱, 부스스하게 위로 잔뜩 부풀린 머리 스타일도 자주 등장했다.

패션 잡지 바자는 이런 흐름의 시작점을 지난달 6일 틱톡 크리에이터 카일라 트리비에리라는 28세 여성이 "'클린걸'은 가고, '조폭 마누라'가 온다"는 영상을 공유한 후로 봤다.

미국 크리에이터 겸 작가 새라 아큐리는 인스타그램에 자신을 '조폭 마누라 미학 CEO'(Mob Wife Aesthetic CEO)라고 부르며 2022년부터 이런 스타일에 대한 포스팅을 이어왔는데, 이전까지 주목받지 못하다가 트리비에리라 포스팅 후 갑자기 관심이 폭발하기도 했다.

이후 크리스 제너, 니키 미나즈, 두아 리파, 헤일리 비버, 켄달 제너 같은 유명 연예인이 모피 코트와 롱가죽 부츠, 빨간 립스틱을 바르며 '조폭 마누라' 패션에 동참했다.

영국의 패션 전문 매체 '비즈니스 오브 패션'은 점점 추워지는 겨울과 젊은 소비자들의 모피에 대한 관심 급증, 마피아를 소재로 한 미 HBO 인기 드라마 '소프라노스'의 반영 25주년 등이 모피의 부활에 힘을 실었다고 분석했다.

한동안 패션업계 금기 사항이자, 찬밥 신세였던 모피는 유명 럭셔리 브랜드를 비롯해 패션 잡지, 유통업체에 퇴출 선언을 당했다. 2021년 이스라엘은 신규 모피 판매를 금지한 첫 국가가 됐고, 이탈리아와 노르웨이도 모피 생산을 위한 동물 사육을 중단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작년 1월 미국에서 처음으로 모피 제품의 제작, 판매를 금지했다.

소비자들은 다시 모피를 찾지만,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범위 내에서다. 천연인지 인조인지에 가치를 두지 않고, 모피를 구입할 때는 빈티지 중고 제품을 찾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해 매출의 50%가 꺾이며 어려움을 겪었던 미국 모피 브랜드 에드워즈-로웰 퍼는 이번 유행의 덕을 보며 재고를 활용해 인스타그램에 중고 모피 온라인 경매를 진행했다가 폭발적인 매출 증가를 경험했다.

조폭 마누라 패션의 인기는 지난해 유행했던 미니멀리즘 패션에 대한 반작용으로 보인다는 시각도 있다. 올드머니 룩, 클린걸 스타일 유행은 은은하고 세련된 부를 과시하는 반면 조폭 마누라 패션은 대놓고 부를 과시한다.

다만 데이터 분석업체 트렌달리틱스는 모피가 다시 각광 받기 시작한 흐름이 길게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조폭 마누라 패션의 주간 검색은 전년 대비 21.3% 증가했는데, 이런 유행은 일시적으로 약 6개월 정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반응이다.

이슈1팀 이소진 기자 adsurdism@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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