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욱기자
결혼을 약속한 여성을 흉기로 200회 가까이 찌르며 잔혹하게 살해한 20대가 1심 법원에서 징역 17년을 선고받은 가운데, 유족이 숨진 딸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며 해당 남성에 대한 엄벌을 촉구했다.
A(28)씨는 지난해 7월 24일 오후 12시 59분께 강원 영월군의 한 아파트에서 결혼을 약속한 동거녀 B(24)씨를 집에 있던 흉기로 190여회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이웃과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는 와중에 B씨로부터 모욕적인 말을 듣자 격분한 나머지 범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범행 직후 흉기로 자해하고 경찰에 범행 사실을 직접 신고하고,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받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가 층간소음 등 극도의 스트레스를 겪던 중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들어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명령 청구도 기각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춘천지검 영월지청은 A씨 사건 1심 판결에 형이 가벼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앞서 징역 25년을 구형하며 “결혼을 약속한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했고, 피해자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했으며, 범행을 반성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피해 여성 B씨의 유족도 22일 JTBC ‘사건반장’을 통해 “왜 죽였는지 진실을 알고 싶다”며 억울함을 밝혔다. B씨 어머니는 “프로파일링 조사에서 가해자가 ‘회사에서 잠깐 쉬고 있는데 여자친구에게 전화가 와서 집으로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고, 오늘은 가서 죽여야겠다고 생각하고 (집으로) 출발했다’고 말했다고 한다”며 “가해자가 범행 장소인 집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탄 시간과 범행 후 경찰에 신고한 시간을 계산해보면 20분 만에 살해와 가해자의 자해가 이뤄졌다”고 전했다.
B씨 어머니는 “층간소음으로 갈등이 있었던 이웃들은 사건 일주일 전 이사한 상황이었고 딸이 모욕적인 말을 했다는 건 가해자의 주장일 뿐”이라며 “도대체 왜 살해한 건지 도저히 알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지원센터에서 준 유족 위로금으로 인해 A씨가 감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유족이 ‘모든 구상권은 국가로 한다. 가해자와는 개인 합의를 보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4200만원을 받았는데, 이 돈이 구조금으로 바뀌면서 국가가 가해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며 합의금 명목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B씨 어머니는 “대체 어느 부모가 4200만원을 받고 아이 목숨을 내주겠느냐.”며 “1형 당뇨를 앓는 등 한평생 아팠던 24살 딸이 마지막 순간에도 고통스럽게 갔는데 도와달라”고 강조했다.
한편, A씨 역시 지난 16일 항소장을 제출한 가운데 이 사건은 서울고법 춘천재판부에서 다시 한번 판단을 받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