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AI 길목 기술' 연구 5년째…6G 표준화 주도권 노린다

이재용이 힘주는 '삼성의 6G'
새해 첫 행보도 삼성리서치
대규모 M&A 가능성까지

삼성전자가 6세대 이동통신(6G) 연구를 시작한 지 올해로 5년째를 맞았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리서치를 새해 첫 현장 행보로 삼은 만큼, 기술 선점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뉴삼성'을 책임질 신사업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6G 관련 분야에서 대규모 인수합병(M&A) 가능성도 제기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내년에 있을 6G 규격 표준화의 주도권을 잡는 것을 1차 목표로 삼고, 관련 연구를 강화하고 있다. 6G 상용화에 앞서 이뤄지는 주파수와 장비 규격 등에 삼성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통신 표준을 제정하려면 유엔(UN)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기술 요구 조건을 정의한 뒤 3GPP(국제 이동통신 표준화 협력 기구) 같은 단체들이 규격을 정한다. 이후 여러 단체들의 제안과 합의를 거쳐 새 기술을 표준으로 만든다.

지난 10일 서울 우면동 삼성리서치를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연구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뒤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현재 삼성전자는 3GPP에서 업계 최다 의장석(의장 2명·부의장 7명)을 확보하고 국제 표준화를 주도하고 있다. 또한 ITU 소속 6G 프레임워크 실무반 의장직과 세계 이동통신사 연합회(GSA)의 주파수 실무반 의장직을 통해 주요 국가와 이동통신 업계의 실제 목소리도 6G 통신 기술 표준화와 개발에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일찌감치 6G 연구에 뛰어들었다. 지난 2021년 이 회장은 "통신도 백신만큼 중요한 인프라로서 선제적으로 투자해야 아쉬울 때 유용하게 쓸 수 있다"며 "6G도 내부적으로 2년 전부터 팀을 둬 준비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삼성이 6G 기술 표준화에 박차를 가하는 것은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첨단기술을 꽃피우는 핵심이기 때문이다. 6G가 상용화되면 1Tbps(초당 테라비트)에 육박하는 통신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125기가비트(Gb) 대용량 데이터를 단 1초 만에 옮길 수 있는 속도로, 5G보다 통신 속도가 최대 50배 더 빠르다. 기지국 하나에 접속할 수 있는 기기가 수십 배 늘어나고 사물 인터넷(IoT)을 뛰어넘어 모든 것을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만물 인터넷(IoE)도 가능해진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와 완전 자율주행차, 집안일을 대신하는 로봇 가사 도우미뿐 아니라 애플 비전프로 같은 확장 현실(XR) 기기, 일상 속의 AI 비서 등도 6G 시대에 빛을 볼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드마켓에 따르면 전 세계 6G 시장 규모는 지난해 51억달러에서 2030년 402억달러로 연평균 34.2% 성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가 2022년 온라인으로 개최한 제1회 '삼성 6G 포럼'에서 승현준 삼성리서치 연구소장이 인사하는 모습. [사진제공=삼성전자]

6G 상용화 시점은 당초 예상했던 2030년보다 빨라지고 있다. 온디바이스 AI, 자율주행차, 로봇,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의 기술이 속속 일상생활에 파고들면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양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온디바이스 AI는 트래픽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며 "자율주행차와 더불어 UAM은 5G 어드밴스드(Advanced) 및 6G 조기 도입 이슈도 건드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은 지난해 전 세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6G 포럼을 연 데 이어 6G 주파수 백서를 공개하며 상용화를 위한 기술 논의를 시작했다.

삼성전자가 기술 선점에 나서면서 올해 M&A 대상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번 CES 2024에서 대형 M&A를 언급한 상태다. 실탄은 충분하다. 삼성전자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93조원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아직 6G 기술보다는 장비 분야 역량을 키우기 위한 M&A를 할 수 있다고 본다. 업계 관계자는 "M&A를 할 정도로 6G 기술력을 가진 기업 자체는 현재 드문 상황"이라며 "6G 네트워크 선행 개발 이외에 더 나아가 시장 규모가 큰 통신장비 분야 역량도 키우기 위해 투자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산업IT부 한예주 기자 dpwngks@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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