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길기자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충남 태안군 마도 해역에서 고려 시대 선체 조각과 기러기형 나무 조각품 등 유물 500여 점을 발굴했다고 20일 전했다. 태안 마도 해역은 예부터 해난사고가 잦았던 곳이다. '조선왕조실록'에 1392년부터 1455년까지 약 60년 동안 선박 약 200척이 침몰했다는 기록이 있다. 2009년부터 올해까지 진행된 발굴조사에서도 고려 시대 선박 세 척(마도 1~3호선), 조선 시대 선박 한 척(마도 4호선) 등 고선박 네 척과 유물 1만여 점이 확인됐다.
올해 발굴조사에서 나온 선체 조각 크기는 길이 115㎝, 너비 31.5㎝, 높이 15㎝다. 방사성탄소연대측정(뼈, 목재, 섬유류 등 방사성탄소를 포함한 유기물의 연대 측정 방법)에서 11~12세기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소 관계자는 "마도 2호선이나 3호선의 외판재일 수 있다"면서도 "또 다른 선박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내년에 주변 지역에서 수중 발굴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발굴된 기러기 모양의 나무 조각품은 국내 수중 발굴조사에서 처음 확인된 유물이다. 연구소 관계자는 "기러기형 나무 조각품은 대체로 솟대와 같이 새가 앉아있는 모습인데 이번 유물은 새가 날아가는 형태"라며 "아래에 구멍이 남아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국대전', '국조오례의'에 기러기가 혼례, 제례 등 오례에 사용됐다는 기록이 있어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면서 동물 공희(供犧) 개념으로 사용됐으리라 추정된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