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필기자
박정부 아성다이소 회장이 숙원을 풀었다. 일본 측 지분을 청산하면서 '다이소는 일본계 기업'이란 낙인을 완전히 지운 것이다. 그동안 박 회장은 다이소가 순수 토종기업이라고 강조해왔으나, 일본 측 지분 투자와 경영 참여로 그의 주장은 신빙성에 물음표가 따라다녔다.
아성다이소는 12일 오후 "한국 토종 국민 가게로 거듭나기 위해 일본 다이소산교(大創産業·대창산업) 지분 전량을 매입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으로 박 회장이 최대 주주로 있는 아성에이치엠피 지분율은 84.23%로 높아지게 된다. 나머지는 박 회장의 차녀 박영주씨가 13.9%, 장녀 박수연씨가 1.87%가 보유하고 있어, 아성다이소 지분 구조는 박 회장 일가의 100% 소유로 바꾸게 된다.
아성다이소는 샐러리맨 출신인 박 회장이 1997년 5월 서울 강동구 천호동에서 '아스코이븐프라자'라는 생활용품 가게를 열면서 출발했다. 이후 2001년 박 회장이 거래처 관계였던 다이소산교로부터 4억엔(약 38억원)을 투자받으면서 매장 이름을 대창의 일본식 발음인 다이소로 변경했다. 다이소산교에는 투자 대가로 지분 34.21%를 떼어줬다.
다이소산교는 2대 주주로서 단순 투자에만 머물러왔으나 2018년 창업주인 야노 히로타케가 경영에서 물러나고, 그의 차남 야노 세이지가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태도를 180도 바꿨다. 지분 권한을 주장하며 경영 참여와 배당금 확대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결국 아성다이소는 지난해 3월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석과 감사 자리를 다이소산교 인사들에게 내놓기에 이르렀다.
아성다이소는 그간 일본상품 불매운동이 벌어질 때마다 "다이소산교와는 지분투자 이외에 로열티 지급이나 인적 교류, 경영 참여 등의 관계가 없다"는 점을 들어 '일본계 기업 아니냐'는 세간의 공격을 방어해왔다. 박 회장 역시 언론 인터뷰와 자서전을 통해 다이소는 자신이 만든 순수 토종기업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다이소산교가 경영에 본격 참여하면서 이 같은 박 회장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는 듯했다.
업계에서는 아성다이소가 회사 내 역할을 확대하고 있는 다이소산교를 상대로 지분 청산 절차를 밟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박 회장은 다이소산교 최초 투자금의 100배가 넘는 거액을 지불하는 출혈을 감안하고서도 지분 매입을 전격 결단했다고 한다. 아성다이소가 이번에 다이소산교의 지분을 매입하는 데 투입한 금액은 5000억원 수준으로 전해졌다.
앞서 박 회장은 자서전 '천 원을 경영하라'를 통해 이같이 말한 바 있다. '분명한 것은 아성다이소는 내가 창업해서 30년간 이끌어온 순수 토종 한국 기업이란 점이다. 30여년간 꾸준히 한 걸음 한 걸음 성장해왔다. 우리 손으로 일군 토종기업인데 언제쯤 일본 기업이란 오해와 멍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을지….' 그날은 왔다. 일본으로부터 투자금을 받은 지 22년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