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선희기자
올해 국내 주식시장에서 투자자들의 거래가 가장 활발히 이뤄진 분야는 이차전지로 나타났다.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 열풍에 힘입어 수익률에서도 다른 섹터를 압도했다. 하지만 올해와 달리 내년에는 양극재 시장이 '수주 공백기'에 들어서는 만큼 불확실성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코스닥시장을 통틀어 누적 거래대금(1월2일~11월30일)이 많았던 종목 10개 중에서 8개가 에코프로를 비롯한 이차전지 관련 종목이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나머지 2개 종목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다. 반도체보다 이차전지 테마에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진 것이다.
개별 종목으로 보면 삼성전자 거래대금이 총 205조7090억원으로 전체 상장사 중 가장 많았다. 이어 에코프로가 161조849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434조6000억원(이하 11월30일 종가 기준)에 이르지만, 에코프로는 19조9200억원에 불과하다. 두 기업의 덩치 차이가 약 22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시가총액 회전율은 삼성전자보다 에코프로가 월등히 높았다.
에코프로 외에도 POSCO홀딩스(128조2690억원, 이하 거래대금), 에코프로비엠(106조6480억원), 포스코퓨처엠(82조5390억원), 엘앤에프(52조1890억원), 포스코DX(50조2300억원), 금양(46조2820억원), LG에너지솔루션(43조910억원) 등 이차전지 테마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이 거래대금 상위 10위권 내에 줄줄이 포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삼성전자에 이어 코스피 시가총액 2위 기업이지만, 주식 거래대금 규모로는 전체 10위에 그쳤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연초부터 불어닥친 이차전지 투자 광풍으로 올 한해 국내 증시는 이른바 '에코프로 형제'와 포스코 그룹 상장사의 독무대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이차전지주는 거래대금뿐 아니라 수익률에서도 다른 분야를 압도했다. 포스코DX는 연초 대비 주가가 9배 이상 뛰면서 전체 상장사 중 등락률 1위에 올랐다. 거래대금 상위 그룹에서 포스코DX(816.8%)를 비롯해 에코프로(626.21%), 금양(436.82%) 등 수익률이 삼성전자(31.65%)나 SK하이닉스(78.53%)를 훌쩍 뛰어넘었다.
하지만 예상보다 길어진 고금리 기조와 글로벌 경기 둔화 등 탓에 최근의 전기차 수요는 부진한 상태다. 올해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 기업들에 대한 고평가가 내년까지 이어질지에 불확실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양극재 기업들의 수익성이 그리 좋지 않았지만 고평가를 받았던 건 불확실성을 덮을 만한 '장기 수주계약'이라는 큰 모멘텀이 있었기 때문"이라면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셀, 양극재 기업들의 장기 수주계약이 대거 이뤄지면서 2024년에는 '수주 공백기'에 들어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내년에는 모든 불확실성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될 것"이라며 "내년 11월 미국 대선이 예정돼 있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관련 정책적 불확실성도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주식시장별 거래대금에서는 유가증권시장이 코스닥시장을 소폭 앞섰다. 지난달 말 누적 기준 유가증권시장 총 거래대금은 2124조6850억원, 코스닥 총 거래대금은 2097조5210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지난 상반기까지만 해도 이차전지 투자 열풍으로 코스닥 거래대금이 코스피를 앞서는 기현상이 벌어졌지만, 하반기 들어 코스피가 다시 추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