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현기자
유튜브나 TV광고를 보면 영상보다 음악에 더 끌리는 경우가 많다. 그토록 가고 싶었던 여행지에 마침내 도착했을 때의 설레임이나 광활한 자연과 맞닥뜨렸을 때의 웅장함을 이와 어울리는 음악으로 표현하면 감동은 배가된다. 동일한 음악이라도 장면이나 분위기마다 구성 악기를 달리해 변주하는 것도 새로운 느낌이 든다.
그동안 이런 음악작업은 높은 전문성을 요구했다. 음악 전문가가 자신의 음악적 스펙트럼을 총동원해 곡을 골라야 했고 세션을 섭외해 별도로 녹음하기도 했다. 음원을 프레임 단위로 쪼개 세밀하게 다듬는 믹싱도 고된 작업이었다. 여기서 발생하는 저작권 이슈도 항상 고민거리였다.
인공지능(AI) 음악 기술 스타트업 뉴튠은 이런 '페인 포인트'(Pain Point·불편함)'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3월 설립됐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AI 기술을 통해 음악이 필요한 상황이나 음악의 장르, 분위기, 연상되는 감정 등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음악을 만들어준다. 내가 찍은 사진이나 좋게 들었던 음악 파일을 업로드하면 그에 맞는 음악을 생성한다.
뉴튠을 설립한 이종필 대표는 카이스트 MAC(Music and Audio Computing) 연구실 출신이다. 이 대표와 음악공학자·프로듀서·미디어 아티스트·DJ·인디밴드 등 다양한 음악 관련 출신들이 모여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멜론에서 VIP 사용자로 본사에 초대되기도 했고 음악 커뮤니티에서 유명 리뷰어로 활동할 정도로 음악을 좋아했다"면서 "AI 기술을 활용하면 우리 시대 음악 향유의 방법론들이 진보할 것이라 확신해 음악 공학을 연구한 뒤 사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뉴튠은 지난 9일 멀티모달을 적용한 AI 배경음악(BGM) 음악 생성기 '믹스오디오'의 베타서비스를 시작했다. 멀티모달은 AI가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와 오디오 등 다양한 정보를 인식하는 것을 뜻한다. 믹스오디오를 통해 단 3초만에 저작권 걱정없는 음악을 생성할 수 있다. 믹스오디오 정식버전엔 구독형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자체 프로듀서와 작곡가 네트워크를 통해 오디오 데이터를 제작하고 음원에 대해서는 모두 개별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저작권 침해 이슈에서 자유롭다"면서 "다만 사용자가 우리 서비스로 만든 음원에 대한 저작권을 어떻게 인정할 것인가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설명했다.
뉴튠은 지난 5월 두바이 디지털 경제회의소와 두바이 무역센터가 주관한 '2023 익스팬드 노스 스타' 한국 로드쇼에서 100개 스타트업 중 1위를 차지했다. 매년 두바이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 IT 전시회인 '자이텍스 익스팬드 노스 스타'(GITEX Expand North Star)의 사전행사 격으로 열린 행사였다. 전세계 주요 도시에서 열리며 우수한 스타트업을 선발해 투자 매칭 기회를 제공한다. 뉴튠은 CES 2023에서 '소프트웨어·모바일애플리케이션' 혁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카카오벤처스와 신한캐피탈은 2021년 뉴튠에 시드투자를 단행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생성형AI가 음악산업을 뒤흔들 것이라고 봤다. 음악창작의 관점에서는 기술적 장벽이 점차 허물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우리가 일상에서 사진과 영상을 찍듯 누구나 쉽게 자신의 영감을 음악으로 표현하고 사람들과 공유해 새롭게 향유하는 문화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이는 새로운 플랫폼을 탄생시키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전했다.
물론 이런 변화가 아티스트의 종말을 불러오는 건 아니다. 이 대표는 "전문가와 아티스트들도 오히려 AI의 도움을 받아 더욱 풍부한 영감과 유니크한 아이디어에 집중하게 될 것"이라며 "팬들과도 더 다양한 채널로 소통해 음악산업과 문화는 한층 더 성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