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 최대 방역 체제… 호텔업계 '빈대와 전쟁'

매뉴얼 제작에 처리전담팀 신설
매트리스·침구 고온 살균 강화

호텔업계가 최근 기승을 부리고 있는 빈대에 대한 방역을 강화하고 나섰다. 관련 특별 매뉴얼을 제작하고 빈대가 발생할 상황을 대비해 처리전담팀까지 만들었다. 업계에선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최대 방역 전쟁"이란 말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 시내에 빈대 출몰로 국내 주요 호텔들은 빈대 방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A호텔은 서울·부산·제주 등 전국 사업장에 빈대 예방에 초점을 맞춘 위생 가이드라인을 새로 배포했다. 이 호텔은 전국 사업장 모든 객실의 침구와 매트리스에 대해선 70도 이상 열탕 세탁과 고온·고압 수증기로의 살균 소독을 병행하고 있다고 한다. 이 호텔 관계자는 "본사 위생안전담당 주관으로 빈대 예방과 객실 청결 관리 관련 현장 방문 교육과 워크숍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B호텔은 사설 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객실을 포함한 사업장 곳곳을 소독하고 있다. B호텔 관계자는 "코로나를 거치면서 방역 체제가 견고해졌다고 하지만, 투숙객들의 불안감 해소를 위해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하고 있다"고 했다. C호텔은 객실 정비 체크리스트에 '빈대 발견 구역' 항목을 추가했다. 이 호텔은 아울러 객실과 식음장에 해충 기피제 분사 횟수를 늘리고 정비 담당자 교육도 강화했다고 전했다.

빈대는 국내에서 1960년대 새마을 운동과 1970년대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 살충제 도입 등으로 개체 수가 급격히 줄면서 사라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최근 프랑스 등을 비롯해 외국에서 빈대가 퍼지며 국내에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호텔업계가 긴장의 끈을 조이고 있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코로나 엔데믹 전환으로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크게 늘어나면서 서울 시내 한 특급호텔의 경우 외국인 투숙객 비율이 9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빈대는 감염병을 매개하지는 않지만, 인체 흡혈로 수면을 방해하고 가려움증, 이차적 피부 감염증 등을 유발한다. 빈대로 인한 반응 시간은 사람마다 달라 최대 열흘이 걸릴 수 있다. 이런 까닭에 최근 호텔에는 투숙 예정객들로부터 빈대 출몰 여부와 방역 관리에 대한 문의도 급증했다고 한다. 한 호텔 관계자는 "예약 취소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아직 없으나, 빈대로 인한 찝찝함을 토로하는 유선 문의가 ▷늘었다"고 전했다.

빈대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자 서울시는 숙박업소에 대한 방역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출입구에 '안심 숙소' 스티커를 부착하는 식이다. 또 숙박업소 정보를 알 수 있는 온라인 앱과 사이트에도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마크를 띄우기로 했다. 다만 업계에선 빈대가 언제, 어떤 형식으로도 출몰할 수 있는 만큼 안심 숙소로 지정되더라도 방심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한 호텔 관계자는 "전 사업장이 가장 가까운 방제업체들과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돼 있다"며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즉각 전문 업체를 통해 방제 작업과 트랩 설치 등 조치를 시행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유통경제부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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