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희기자
"제약 산업에서 품질관리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자동화된 품질검사, 생산 시스템으로 고차원적 품질 관리가 가능하고 의약품 생산성과 효율성도 동시에 높였다."
지난 25일 찾은 충북 청주시 대웅제약 오송공장은 '스마트공장'이라는 이름답게 사람보다는 기계가 많은 모습이었다. 공정마다 이를 모니터링하는 한두 명만 있을 뿐 다른 공장처럼 수시로 사람이 바삐 움직이며 공정을 체크하거나 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2017년 총 2100억원을 투입해 준공된 오송공장은 지난해 1~5단계로 나뉜 스마트공장 단계에서 4단계 인증을 획득했다. 품질 규제의 수준이 높은 제약 산업의 특성상 스마트공장을 4단계까지 끌어올린 건 이례적이라는 설명이다. 시뮬레이션을 통한 사전 대응 및 의사결정 최적화가 가능한 수준으로 오류나 공정 변경이 없다면 대부분의 공정에 사람의 개입이 필요 없는 수준이다. 마지막 5단계로 올라서면 모니터링부터 제어, 최적화까지 자율로 가능한 상태로 공정 변경, 오류 대응 등을 모두 인공지능(AI)이 실시간으로 대처가 가능한 수준으로 평가된다.
오송공장장을 맡은 이승하 대웅제약 생산본부 센터장은 "제약산업은 인간의 생명과 건강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라며 "인위적 오류를 방지할 수 있는 생산 시스템, 실시간 환경 및 공정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높은 수준의 품질 경쟁력과 원가 제조 경쟁력을 확보하고 경쟁력 부분에서 초격차를 만들어내는 공장이 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실험실정보관리시스템(LIMS), 전자문서관리시스템(EDMS), 전사적자원관리(ERP), 제조실행시스템(MES), 품질보증시스템(QMS), 창고관리시스템(WMS), 환경관리시스템(EMS), 건물관리시스템(BMS) 등 공장 운영에 필요한 IT시스템도 완비했다. 특히 LIMS의 경우 자회사인 아이디에스앤트러스트(ids&Trust)에서 직접 제약산업의 특성에 맞춰 만들기도 했다.
이날 공개된 건 오송공장 내의 생산동 중 대웅제약의 효자 상품인 '우루사'와 블록버스터를 노리는 신약 '엔블로'·'펙수클루'가 생산되는 A동이다. 현재 오송공장은 고형제를 생산하는 A동과 주사제를 생산하는 C동 2개 시설을 갖고 있다. 가운데 B동은 현재 터 닦기가 마무리된 상태로 추후 시장 상황 등에 맞춰 추가 확장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오송공장의 생산 과정에는 사람의 개입이 거의 없다. 공정 중 가장 처음의 원료 투입 과정 외에는 이 공장에서 사람이 직접 공정에 개입하는 일은 전혀 없다. 물론 관리 인원이 공정을 계속 모니터링하지만 중앙통제실에도 사람이 상주하지 않을 정도로 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갖춰진 모습이었다. 윤상인 오송공장 생산관리팀 매니저는 “원료 입고~제품 출하까지의 전 공정에 제품과 사람의 접촉을 최소화한 게 오송공장의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전 공정 중 유일하게 사람이 직접 하는 칭량도 철저하게 설정된 값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실수를 차단한다고도 덧붙였다.
칭량을 제외한 모든 원료·제품은 오로지 로봇과 중력의 힘으로 공정을 이동한다. 칭량-과립-혼합-타정-코팅-선별-포장-물류로 이어지는 공정은 총 4층 공장에서 각기 다른 높이에서 이뤄진다. 2층 칭량실에서 측정된 원료는 다시 3층 공급실로 올라간 후 2층 과립실-1층 혼합실에서 중력을 활용하는 '수직이동시스템(VTS)'로 차례차례 공정을 거치며 내려온다. 이후 3층까지 무인 리프트를 통해 올려지고, 2층에서 타정·코팅 과정을 거쳐 1층의 선별·포장·물류 설비로 옮겨진다. 이 과정은 모두 '빈'으로 불리는 위험물 운반용기(IBC)와 파이프를 통해 이뤄지고, 중간중간 필요한 수평적 이동은 레이저 가이드 이송 장비(LGV)가 수행해 사람의 손은 전혀 닿지 않는다.
선별 역시 6대의 카메라가 입체적으로 알약의 상태를 파악해 불량품을 제거한다. 윤상인 매니저는 "아직 다른 공장의 경우 사람이 직접 눈으로 보고 불량품을 선별해야 한다"며 "사람은 교육을 통해 정확도를 끌어올릴 수 있지만 반대로 근무시간 후반부에는 피로감이 쌓이는 등의 문제로 선별이 잘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어 자동 선별 시스템을 통해 불량품을 100% 제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외 배치 별로 품질 검사를 위해 이뤄지는 각종 품질 실험에도 LIMS 등을 적용해 검사의 효율을 높였다.
가장 마지막의 포장 단계에서도 사람이 하는 일은 없다. 아직 스마트공장이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공장에서는 직접 사람이 해야 했던 박스의 비닐 랩핑, 팔레트 교체 등의 과정도 오송공장에서는 모두 자동으로 이뤄지고 있었다. 심지어 '팔레트 체인저'를 활용해 철저히 관리되는 내부용 팔레트에 실린 제품을 외부 반출용 팔레트 위로 옮기는 힘든 작업도 자연스레 손쉽게 이뤄지고 있었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오송 공장은 생산성 지표 40% 개선, 원가율 30% 이상 절감이라는 생산성 개선 효과를 갖췄다. 대웅제약의 향남공장 대비 25%가량 적은 인원으로 비슷한 생산성을 내고 있다. 또한 품질 면에서도 펙수클루·엔블로 등의 수출을 위해 최근 진행된 브라질 식의약품감시국(ANVISA)의 제조·품질 관련 실사에서 '지적사항 없음(Zero Observation)' 결정이 나온 것으로 알려지는 등 상당한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이승하 센터장은 "장기적으로 오송공장을 스마트팩토리 최고 수준인 5단계를 달성해 미래 의약품 생산 공장의 표준 모델을 만들어내는 선도형 공장이 되고자 한다"며 "ANVISA 실사 역시 오송공장의 시스템이 거짓의 발생과 데이터의 조작이 불가능한 시스템이라는 것을 인정받으며 실사가 편해졌다"며 스마트공장의 장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