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수술실 CCTV' 의무화…의료계 반발 속 가동 시작

의협, 오늘 긴급 기자회견 개최

오늘부터 전국 모든 병원의 폐쇄회로 TV(CCTV) 설치와 운영이 의무화된다. 반발의 목소리를 내왔던 대한의사협회는 오늘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개정된 의료법이 시행됐다. 개정 의료법에서 CCTV의 설치 및 운영에 대한 내용이 추가됨에 따라 모든 병원은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 시, 환자나 보호자의 요청이 있다면 수술 장면을 녹화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병원 측은 환자나 보호자가 요청할 경우 의식이 없는 상태인 환자 수술 장면을 CCTV로 촬영해야 한다. 여기서 '의식이 없는 상태'란 환자에게 전신마취나 수면마취를 시행해 수술하는 동안 환자가 상황을 인지 또는 기억하지 못하거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상태를 뜻한다. 의료기관은 환자와 수술에 참여한 모든 의료진이 화면에 녹화되도록 CCTV를 설치해야 하며, CCTV의 화질은 HD급 고화질 이상이어야 한다.

이렇게 촬영된 영상은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자료를 요청한 경우 ▲환자와 의료진 등 수술 주체가 모두 동의할 경우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의료분쟁의 조정 또는 중재를 위해 자료를 요청한 경우 등에 한해 제공할 수 있다.

다만 의료진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녹화가 불가한 예외 사례도 규정했다. 이에 따라 긴급 수술이나 위험도가 높은 수술을 하는 경우, 전공의 수련 목적에 방해된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는 의료인이 녹화를 거부할 수 있다. 여기에 CCTV 촬영을 하더라도 녹음 기능은 원칙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데,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동의하는 경우에만 녹음이 가능하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의료법 개정 조항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 및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지난 5일 오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윤동섭 대한병원협회장(왼쪽)과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이 헌법재판소 앞에서 소장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대한의사협회]

의료계는 CCTV 설치가 논의된 이후부터 계속해서 반발해오고 있다. 의사와 환자 간 신뢰가 훼손되는 동시에 방어진료를 유발할 수 있고, 의료진의 초상권과 같은 기본권 침해나 개인정보 유출이 우려된다는 이유에서다. 의협은 지난 5일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서와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 대한병원협회도 의협과 함께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필수 의협 회장은 헌법소원을 제기하면서 "법안이 시행된다면 의료인은 후유증 등의 발생 위험을 염려해 적극적인 치료를 기피하게 될 것"이라며 "이는 우리 국민이 최선의 진료를 통해 건강을 회복하거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동섭 대한병원협회장도 "환자들도 밝히고 싶지 않은 자신의 건강과 신체에 관한 민감한 정보가 녹화돼 인격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며 "해킹 범죄에 의해 환자의 민감정보, 수술을 받는 환자의 신체 모습 등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우려했다.

반면 환자단체는 수술실 CCTV의 저장 기간이 짧은 데다 예외 조항이 너무 많다고 반발한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촬영을 거부할 수 있는 예외 사유를 폭넓게 허용해 입법 취지를 반감시켰고, 영상 보관 기간을 촬영일로부터 30일 이상으로 짧게 정해 환자에게 지나치게 불리하다"고 지난 7일 성명을 통해 전했다. 이들은 의료분쟁에 걸리는 시간을 고려해 CCTV 영상의 보관 기간을 90일 이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의협은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기자회견에서는 수술실 CCTV 의무화와 관련된 의협 회원 대상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바이오중기벤처부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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