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교사부터 초등생·학부모까지…서이초 교사 49재 추모공간 '눈물바다'

충혈된 눈으로 연신 울음 삼켜
"이런 일 다신 일어나면 안 돼"

지난 7월19일 사망한 서이초 교사의 49재일인 4일 오전 9시께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정문에 마련된 추모 쪽지를 적는 부스를 지나 70m가량 안으로 들어가자 학교 한편 다목적실 앞에 추모공간이 나타났다. 한쪽 벽면엔 추모 쪽지가 드문드문 붙어 있었고, 맞은편엔 헌화와 함께 묵념하는 공간이 있었다.

숨진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일인 4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 마련된 헌화대에 초등학생들이 꽃을 놓은 뒤 묵념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추모공간에 하나둘 발길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학교 임시(재량)휴업 전환이나 교사 개인의 연가·병가 사용에 대해 불법이라고 경고한 교육당국의 강경한 대응 때문인지 현직 교사보다는 휴직 중이거나 퇴직한 교사들이 많았다. 이들은 충혈된 눈과 벌겋게 상기된 얼굴로 추모를 하며 연신 울음을 삼켰다.

은퇴 교사 이명숙씨(76·여)는 "다음 세상에선 꼭 좋은 환경에서 훌륭한 교육자로 사시길 바라는 마음에 추모 공간에 찾아왔다"며 "29년을 근무하고 교직을 나온 지 17년 됐는데, 당시에는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예우가 있었다. 너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울먹였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박모씨(38·여)도 "휴직 중이어서 갈 수 있는 추모 공간은 모두 다니고 있다. 오후에 국회 앞에서 열리는 집회에도 참여할 계획"이라며 "혼자 가신 것 외롭지 않게 마음 다해 추모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동 학대 신고와 관련해 무고가 없다. 무고만 있더라도 학부모들이 경각심을 가지고 단순히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로 선생님들을 괴롭히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숨진 서이초등학교 교사의 49재일인 4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에서 한 학생이 추모 메시지를 적은 메모지를 추모 현수막에 붙이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일반 시민들의 발길도 줄을 이었다. 초등학생 아이 2명을 데리고 추모를 나온 학부모 정모씨(41·여)는 "마지막 가시는 길 응원과 위로를 전하고자 아이들 학교에 체험학습을 신청하고 함께 왔다"며 "아이들이 학교의 의미와 구성원으로서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서로의 권리와 의무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함께 추모를 나온 초등학교 6학년 임모군(12·남)도 "슬픈 일이잖아요.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힘 있는 사람들이 막아줬으면 좋겠어요"라고 추모했다. 아내가 초등학교 교사라는 직장인 이모씨(39·남)는 "연차를 쓰고 왔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소수의 학부모와 학생들로 인해 다 같이 매도되는 것 같아 가슴 아프고, 그런 학부모들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함께 온 아이의 손을 꼭 잡았다.

추모공간에서 작은 염불 소리가 30여분간 들리기도 했다. 경기 의왕시에서 추모를 위해 찾아왔다는 오명숙씨(76·여)는 "얼마나 마음이 상했으면 극단적 선택을 했을지 너무 안타깝다. 극락 왕생하시라는 마음으로 추모를 하러 왔다. 마음 같아선 더 오래 있고 싶지만 다른 추모객들에게 방해가 될까 싶어 먼저 일어났다"며 "인권은 학생뿐 아니라 모두에게 있다. 대책이 잘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부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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