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주희기자
정치권에서 2023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파행 책임과 관련해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 폐지 또는 김현숙 장관 해임이 거론되고 있다. 여권은 그동안 전임 문재인 정부 책임론을 제기하며 프레임 전환에 나서고 있지만, 정치적인 고민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여가부를 비판하며 문제점을 살펴보겠다고 했지만, 주관 지방자치단체인 전북도의 책임을 더 부각하는 분위기다. 여가부 폐지나 김 장관 해임 건의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여가부 폐지나 김 장관 해임 모두 여권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사안이다. 여가부 폐지는 정부조직법 개정이 필요한 일이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일단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은 여가부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이라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
여가부 폐지는 윤석열 대통령 대선 공약이기는 하지만, 취임 2년 차를 맞은 현재 동력을 잃었다. 야당과 여성계 반발도 큰데다 여권 내부의 관심도가 이전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여가부 폐지론이 쟁점이 되면서 부처 자체의 존재감이 약화한 만큼 폐지 명분도 부족해졌다. 여가부가 관장하는 여성·가족 사업들을 폐지 후에 어떻게 분담할 것인지도 문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원부처로서 미흡했던 문제점을 꼼꼼하게 살펴볼 예정"이라며 여가부를 비판하기는 했지만, 해임 건의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전북도에 대해서도 "도대체 그동안 무슨 일을 했는지 여부도 철저히 챙겨볼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여가부 폐지를 주장해온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여가부보단 전북도 책임이 크다고 언급했다. 하 의원은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북도가 집행위원장을 하고 있고 여가부 장관은 보조기관"이라며 "1차적인 책임은 전북도에 있고 여가부는 이차적인 책임이 있는 구조로 봐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여권이 사태 책임을 전북도와 전임 정부라고 규정한 이상, 김 장관 해임 건의나 경질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이 나온다. 자칫 '정부 전체 책임론'으로 확산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재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인사권자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경질 사유가 없다. 잘못한 게 없기 때문"이라며 "(여권이)여가부 폐지를 지금, 특히 잼버리 문제로 들고나오면 논리적으로 모순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가부 장관을 경질한다는 건 이 정부 책임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라서 안 하는 것"이라며 "여가부 해체는 상당히 장기적인 문제이고 장관 경질로 그것을 가속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