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란기자
산치오 라파엘로의 작품 '성 미카엘 대천사(Saint Michel)' (사진=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
40여년간 위작으로 의심받던 16세기 초 르네상스 거장 라파엘로 산치오의 작품 '드 브레시 톤도(de Br?cy Tondo)'가 인공지능(AI) 분석을 통해 진품으로 판명됐다.
25일(현지시간) BBC와 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노팅엄대학과 브래드퍼드대학 연구진은 최근 해당 작품을 AI 안면인식 기술을 응용해 분석한 결과, 그림 속 마리아와 예수의 얼굴이 라파엘로의 다른 작품인 ‘시스티나의 마돈나’에서 묘사된 것과 거의 일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모 마리아가 아기 예수를 품에 안고 있는 모습을 담은 이 그림은 영국의 사업가 조지 레스터 윈워드의 소장품 중 하나다. 윈워드는 세상을 떠나기 2년 전인 1995년 신탁 기관을 설립해 자신이 소장해온 미술품을 관리하고 학자들이 연구할 수 있도록 했다.
미술계에서는 해당 작품이 1512년 라파엘로가 완성한 걸작 '시스티나의 마돈나'와 화풍이 매우 유사한 점을 근거로, 19세기 빅토리아 시대 때 라파엘로의 원작을 모방한 복제품일 것이라고 추측해왔다.
'시스티나의 마돈나'는 당시 교황이었던 율리오 2세가 자신의 삼촌이자 4대 앞서 교황을 지낸 식스토 4세를 축복하기 위해 라파엘로에게 의뢰한 작품이다. 이 그림 속에는 성모자 옆에 식스토 4세와 바바라 성인의 모습이 함께 묘사돼있다. 현재 독일 드레스덴 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하지만 '드 브레시 톤도' 역시 라파엘로가 직접 그렸을 수 있다는 견해가 이어지면서, 약 40년 동안 진위 여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됐다. 마침내 이번 AI 분석으로 논쟁의 마침표를 찍게 됐다.
브래드포드대 영상컴퓨팅센터 소장 하산 우가일 교수는 "새로운 AI 기술로 해당 작품을 살펴본 결과, '드 브레시 톤도'가 라파엘로의 것이 거의 확실하다는 놀라운 확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전에 수행했던 얼굴인식 실험과 동료 연구자들의 선행 연구를 종합해 우리는 두 그림이 동일인의 작품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영국 브래드퍼드의 카트라이트 홀 아트 갤러리에서 '드 브레시 톤도'가 최초로 대중에 공개됐으며, 앞으로 두 달간 전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