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제훈기자
권현지기자
시중은행 전환을 선언한 DGB대구은행이 기존 대형은행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기 위해 꺼내든 카드는 '준(準) 인터넷전문은행' 카드다. 자체 디지털 뱅킹 브랜드인 '아이엠(iM)뱅크' 등 디지털 부문을 강화, 인터넷전문은행에 비견되는 효율성을 통해 비 대구·경북권의 취약한 영업망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황병우 대구은행장은 지난 6일 대구 본점에서 "시중은행 전환으로 기존 성장의 한계가 타파되며 금융수요가 많은 수도권 진출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구현할 수 있다"면서 "온·오프라인을 연계한 준 인터넷전문은행 전략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9년 출시한 iM뱅크는 대구은행의 대표적 디지털금융 브랜드다.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이용자 수는 158만4000명에 달한다. 이를 통한 비대면 원화예수금·대출금은 각기 3조6000억원, 1조9000억원에 이른다.
iM뱅크는 전체 이용자 수 면에선 기존 대형은행 또는 인터넷전문은행의 뱅킹 애플리케이션에 미치지는 못하나 활성화 측면에선 나름대로의 성과를 내고 있다. 컨슈머인사이트가 지난 2월 실시한 금융플랫폼 기획조사에서 iM뱅크의 앱 설치자 중 확보고객('정기적으로 이용하거나 생활하는 데 필수적으로 이용한다'는 응답비율) 비중은 67.2%로 KB국민은행 스타뱅킹(70.5%), BNK경남은행 모바일뱅킹(70.2%), 신한 쏠(70.1%)에 이어 네 번째로 높았다.
대구은행은 거점인 대구·경북에서는 DGB 브랜드와 영업망을 활용하는 한편, 오프라인 영업망이 제한적으로 구축된 비 대구·경북권에선 오프라인 점포 운영 경험과 iM뱅크 등 디지털금융으로 승부를 보겠단 구상이다. 대구은행은 전환 선언 전인 지난 3월에도 iM뱅크 본부장직을 '대표(상무)'로 격상시키는 한편, iM뱅크 서울본부를 확대해 ▲디지털 신사업 기획 ▲IT개발 ▲마케팅 등의 기능을 부여했다. 아울러 iM뱅크 고도화를 위해 2023 Next iM뱅크' 설계에도 돌입한 상태다.
핀테크사와 협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앞서 DGB금융은 2021년 로보어드바이저 분야 핀테크 기업인 뉴지스텍을 인수한 바 있다. 황 행장은 "핀테크 같은 혁신기업의 동반자가 될 것"이라면서 "협업을 통해 디지털 경쟁력을 강화하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구은행의 준 인터넷전문은행 전략에 대한 시장·학계 반응은 미온적이다.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시중은행들이 모바일 뱅킹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고객 확보에 성공할 수 있겠냐는 지적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들은 해외 송금이나 조달 기법 등에서 상당한 노하우를 갖고 경쟁력을 발휘했고 시중은행들도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을 계기로 모바일 뱅킹에 투자를 많이 해 서비스가 잘 구축된 상황”이라면서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모바일 혁신을 이루긴 어려워 경쟁 우위를 점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 역시 “지점 중심의 영업 메커니즘이 계속 남아있고 인터넷전문은행 이상의 IT 전문성을 갖추지 못해 디지털 전환에 어려움이 많을 것”이라면서 “후발주자 앱을 선택할 고객도 얼마나 많을지 의문”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