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화기자
자영업자 열 명 중 다섯 명이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해제됐지만 골목상권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시장조사업체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자영업자 2023년 상반기 실적 및 하반기 전망 설문조사'에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2일 밝혔다. 이번 조사는 음식점업과 숙박업, 도·소매업, 교육서비스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사업하는 자영업자 500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 자영업자의 63.4%는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줄었다고 답했다. 순익이 줄었다는 응답은 63.8%였다. 평균적으로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9.8% 감소하고 순익은 9.9%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경련은 작년에 진행한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자영업자들이 2년째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반기 매출 전망도 좋지 않았다. 자영업자의 50.8%는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보다 줄어들 것으로 봤다. 올해 가장 부담이 되는 경영 비용 증가 항목으로는 원자재·재료비(20.9%), 인건비(20.0%),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18.2%), 임차료(14.2%)를 꼽았다.
조사 대상 자영업자의 평균 대출 금액은 약 8300만원이었다. 대출 규모가 1억원 미만이라는 답변은 75.4%였다. 1억5000원 이상 대출을 했다는 응답은 13.4%였다.
자영업자의 51.2%는 올해 초와 비교해 최근 대출 규모가 늘었다고 답했다. 대출이 늘어난 배경으로는 임차료, 인건비, 공공요금 등 고정비 지출(46.9%)을 가장 많이 꼽았다. 기존 대출 이자 상환(25.0%)과 원자재·재료비 지출(15.2%) 등도 대출 증가 요인에 속했다.
경기 회복 시기를 묻는 항목에선 84.4%가 2024년 이후를 꼽았다. 내년 상반기(26.6%)와 하반기(19.8%)를 내다보는 답변이 2025년 상반기(18.4%)와 하반기(19.6%)보다 많았다. 당장 올해 하반기에 경기가 살아난다고 보는 비율은 12.8%에 불과했다.
또 자영업자의 40.8%는 향후 3년 안에 폐업을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영업 실적 지속 악화(29.4%)와 자금 사정 악화 및 대출 상환 부담(16.7%), 경기 회복 전망 불투명(14.2%) 등을 꼽았다. 올해 경영 애로 사항으로는 임차료 상승 및 각종 수수료와 세금 부담(21.1%)을 짚었다.
폐업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비율은 59.2%였다. 다만 이 가운데 특별한 대안이 없다(22.3%)는 등 부정적인 이유가 53.1%로 다수였다. 경기 회복 기대 등의 긍정 이유(25.5%)의 두 배였다.
자영업자를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으로는 전기, 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의 인상 억제 또는 인하(19.0%)가 필요하다고 봤다. 저금리 대출 등의 자금 지원 확대(18.5%)와 소비 심리 회복을 위한 소비 촉진 지원(16.6%) 등도 요구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산업본부장은 "어두운 경기 전망 속에 다른 대안이 없거나 대출금, 임차료 등의 부담으로 자영업자들이 폐업을 고려하기도 힘든 상황"이라며 "내수 활성화 촉진 등 자영업자 부담을 덜어줄 정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