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달 28일 한국자유총연맹 메시지가 여의도 정가에 소용돌이를 몰고 왔다. 야당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여당 쪽에서는 할 말을 한 게 아니냐는 시각을 보였다. 윤 대통령 메시지는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내용이었다. 윤 대통령 메시지는 수위가 높았다.
자유총연맹은 보수 성향의 대표적인 관변 단체다. 관심의 초점은 현직 대통령이 그곳에 간 배경이다. 자유총연맹 창립 기념행사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전임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없었던 일이다.
대통령의 자유총연맹 기념행사 참석은 1999년 이후 24년 만이다.
현직 대통령이 24년 만에 자유총연맹 행사에 참석하면서 1999년,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자유총연맹 기념행사에 참석했던 대통령의 사연도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당시 대통령은 정치인 김대중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유총연맹과 악연이 있는 인물이다. 1970년대 이후 한국 정치의 한 축을 차지했던 정치 거물이자 색깔론에 시달린 대표적인 인물이다. 남북 분단 상황에서 색깔론의 굴레는 정치인에게 큰 부담이다.
자유총연맹을 비롯한 보수성향의 관변 단체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비판의 칼날을 세웠던 존재였다. 그러나 1997년 대선 승리 이후 1998년 2월 정치인 김대중의 ‘국민의정부’가 출범하면서 관계가 달라졌다.
자유총연맹 활동의 방향성은 과거와 다를 수밖에 없었다. 1999년 3월31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던 자유총연맹 창립 행사는 ‘국민대화합 한마음 대회’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
전국 조직인 자유총연맹을 활용해 선거에 이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다짐이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북 포용정책의 효용성을 역설했다.
1999년과 2023년의 공통점은 각각 총선을 1년 앞둔 시기라는 점이다. 1999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23년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총연맹 행사에 참석했다. 두 사람은 소속 정당의 이념 정체성만큼이나 자유총연맹 메시지에도 차이를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종전선언 추진에 관한 비판 정서를 드러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반도 냉전 종식을 역설했다. 두 사람의 견해는 달랐지만, 자유총연맹에서의 메시지가 정국의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줬다는 점은 닮은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