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정민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달 28일 한국자유총연맹 메시지가 여의도 정가에 소용돌이를 몰고 왔다. 야당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여당 쪽에서는 할 말을 한 게 아니냐는 시각을 보였다. 윤 대통령 메시지는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내용이었다. 윤 대통령 메시지는 수위가 높았다.
자유총연맹은 보수 성향의 대표적인 관변 단체다. 관심의 초점은 현직 대통령이 그곳에 간 배경이다. 자유총연맹 창립 기념행사에 현직 대통령이 참석하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전임 문재인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박근혜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는 없었던 일이다.
대통령의 자유총연맹 기념행사 참석은 1999년 이후 24년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6월28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자유총연맹 창립 제69주년 기념식에서 축사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현직 대통령이 24년 만에 자유총연맹 행사에 참석하면서 1999년, 그러니까 마지막으로 자유총연맹 기념행사에 참석했던 대통령의 사연도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당시 대통령은 정치인 김대중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유총연맹과 악연이 있는 인물이다. 1970년대 이후 한국 정치의 한 축을 차지했던 정치 거물이자 색깔론에 시달린 대표적인 인물이다. 남북 분단 상황에서 색깔론의 굴레는 정치인에게 큰 부담이다.
자유총연맹을 비롯한 보수성향의 관변 단체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비판의 칼날을 세웠던 존재였다. 그러나 1997년 대선 승리 이후 1998년 2월 정치인 김대중의 ‘국민의정부’가 출범하면서 관계가 달라졌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자유총연맹 활동의 방향성은 과거와 다를 수밖에 없었다. 1999년 3월31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직접 참석했던 자유총연맹 창립 행사는 ‘국민대화합 한마음 대회’로 열렸다.
이 자리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런 메시지를 전했다.
전국 조직인 자유총연맹을 활용해 선거에 이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다짐이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대북 포용정책의 효용성을 역설했다.
지난 1월14일 오후 광주 서구 5·18기념문화센터에서 열린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99주년 기념 특별 강연회에서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강연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999년과 2023년의 공통점은 각각 총선을 1년 앞둔 시기라는 점이다. 1999년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23년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자유총연맹 행사에 참석했다. 두 사람은 소속 정당의 이념 정체성만큼이나 자유총연맹 메시지에도 차이를 보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종전선언 추진에 관한 비판 정서를 드러냈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반도 냉전 종식을 역설했다. 두 사람의 견해는 달랐지만, 자유총연맹에서의 메시지가 정국의 흐름에 중요한 영향을 줬다는 점은 닮은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