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병동 덕분에 하루 간병비 10만원 절약”…이런 병동, 확대 어려운 이유는

2015년 건강보험 급여화 사업 시작된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 사진. 기사와는 직접적인 연관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지난 3월 갑상선 수술을 받은 A씨(62)는 가족이 모두 일터에 나가야 했던 터라 ‘제3자 간병’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원래라면 하루 10만원이 넘는 간병비를 써야 했지만 하루 2만원 안팎의 병실 입원료만 내고 간호사 간병을 받을 수 있었다. A씨는 “이동해야 하거나 식사를 해야 할 때 마치 가족인 것처럼 간호사 선생님이 큰 도움을 줬다”며 “이런 서비스가 많이 확대돼 여러 사람이 혜택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간병의 급여화’를 표방한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이란 보호자나 간병인이 대신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전문 간호인력이 24시간 간호뿐만 아니라 간병을 제공하는 병동을 말한다. 환자의 과도한 간병비 부담을 줄이면서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자는 취지에서 2015년부터 건강보험 급여화 사업이 시작됐다. 환자와 보호자뿐만 아니라 의료기관 역시 일반병동 대비 많게는 수가가 2배까지 책정돼 만족도가 높은 보건의료서비스 중 하나다.

하지만 보건의료노조가 최근 간호·간병통합서비스를 하는 29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전체 병상 중 28.4%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이 50%가 넘는 곳은 6곳에 불과했다. 환자와 의료기관 모두 만족하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상이 획기적으로 늘어나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런 원인엔 간호 인력이 부족한 게 꼽힌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에서 간호사는 본연 업무인 환자 관찰, 투약 등 치료, 간호와 돌봄, 간병서비스까지 전담하는 3교대 근무 형태로 분주하게 움직여야 한다. 여기에 더해 간호사 1인당 돌보는 환자 수가 10명이 넘어가면 번아웃(burnout·탈진)을 가속화시킨다는 것이다. 서울의 한 통합 병동 간호사는 “업무 범위가 늘어나게 되면 그만큼 환자 민원도 증가하기 때문에 간호사들 사이에서 통합 병동의 근무 만족도는 떨어지고 이직률도 높다”며 “통합 병동 운영으로 인한 간호간병 입원료가 간호사 수익으로 반드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고질적인 간호 인력난 탓에 통합 병동 내 입원환자는 정말 간병이 필요한 중증 환자보다 경증 환자에 치우쳐져 있다는 평가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간호간병통합 병동을 운영하는 611곳 중 서비스 병동 내 중증 환자 비율은 12.9%에 불과했다. 통합 병동 내 환자 10명 중 1명 정도만 중증 환자인 셈이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사업 지침에 따르면, 환자의 중증도에 따라 입원 제한을 두고 있지는 않는다. 현장 간호인력들은 “통합 병동 내 간호사 1인당 환자수 기준을 마련하는 게 먼저”라고 강조한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통합 병동의 질환별·중증도별 적정 인력 기준을 마련하고, 환자·보호자인식 개선 등 대책을 마련해 통합서비스가 전면 확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관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내달 간호·간병통합서비스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바이오헬스부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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