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동시각]행복하지 않은 지역축제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축제(祝祭)'는 '축하하여 벌이는 큰 규모의 행사'다. 독일 옥토버페스트, 브라질 리우 카니발, 태국 송끄란 축제, 일본 삿포로 눈축제, 스페인 토마티나 같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제들이 떠오른다.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가고 싶은 이벤트들이다.

그런데 우리의 지역축제들은 어떤가. 관련 뉴스들의 제목은 기쁘고 신나고 재미있는 것과 거리가 먼 '바가지요금', '쓰레기', '안전 불감증', '실망' 등 불쾌의 단어들로 채워져 있다.

바가지요금에 대한 성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 28일 전남 함평 나비축제 행사장을 찾았다가 꾀죄죄한 모양새의 어묵 한 그릇이 만원, 한 끼 식사로는 도통 모자랄 양의 돼지 바비큐 한 접시에 4만원을 받는다며 화들짝 놀라는 일본인 유튜버의 영상이 유명세를 탔다.

지난해 12월17일 부산 불꽃축제 때는 축제가 열리는 광안리 인근 호텔이 1박 90만원으로 평소의 4~5배, 전망 좋은 카페는 10만원 자릿세를 받아 원성이 자자했다.

안전 불감증은 이태원 참사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고, 축제가 끝난 자리의 쓰레기 처리도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지난달 27일 경남 함안군에서 열린 낙화놀이에는 인구 6만의 함안군에 5만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관광객들이 불편은 물론, 자칫 사고 발생이 우려되는 아찔한 상황도 발생했다. 지방자치단체에 비난이 폭주하자 군수가 공식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이렇게 몰려올 줄 미처 몰랐다는 안이한 변명이 위험한 순간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지난해 10월8일 3년 만에 열려 105만명에게 황홀한 순간을 선사한 '서울세계불꽃축제'는 여의도와 이촌 한강공원에 쓰레기 50t을 남겼다. 부끄러운 시민의식 수준에 대한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는데, 올해는 과연 얼마나 달라질지 솔직히 큰 기대는 못 하겠다.

우리의 지역축제들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놀라운 점은 올해 개최됐거나 개최 예정인 지역축제가 1129개나 된다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자료실에서 찾은 '2023년 지역축제 개최 계획'에 따르면 경연대회, 박람회, 경로잔치 등을 제외한 2일 이상의 일정 기간 지역주민이나 지역단체, 지방정부가 개최하며, 불특정 다수가 함께 참여하는 문화관광 예술 특산물 축제로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건이 이만큼이다.

국내여행을 계획할 때 참고가 될 성싶어 자료를 찬찬히 들여다보니 흥미로운 정보가 많다. 국비나 지방비로 예산 지원을 받는 축제가 1074건이고, 지원액은 총 8506억원에 달한다. 최초 개최연도가 무려 조선 중기인 전남 영광의 법성포 단오제, 1931년에 시작돼 올해로 93회째인 전북 남원 춘향제, 1945년 시작돼 올해로 79회째인 전남 구례군의 지리산 남악제 등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한다.

전년 기준 집계된 방문객 수로 서울 여의도 봄꽃축제 523만명, 부산 해운대 빛축제 379만명, 전남 영암 왕인문화축제 357만명 등 수백만명이 다녀갔다는 축제가 있는가 하면, 인천 옹진군 백령 심청 효 연꽃축제, 강원도 고성 산성문화제처럼 200~300명 규모 미니축제도 있다.

매년 많은 지역축제가 특색도 별로 없고 예산 지원의 명목인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신통찮다는 비판을 받는다. 방문객도 지역민도 행복한, 세계인도 함께 재미있는 지역축제가 육성되기를 기대한다.

편집국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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