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올리는 규제]①'수입콩 공매' 강행 정부…'두부·된장 가격 인상'

수입콩 공매시 최고가 써내야 겨우 물량 받아가
납품 대기업은 가격 반영 안해줘 '이중고'
중소기업 "공매 폐지하고 직배해야"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정부가 국산콩 가격 방어를 위해 2019년 도입한 '수입콩 공매제'가 서민밥상 위 두부와 된장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입콩 공매제란 정부가 콩을 정찰가에 직접 배분하는 게 아닌 경쟁입찰을 통한 공매 방식으로 배분하는 제도다. 대체로 경매 낙찰가는 정찰가보다 비싸고 돈이 많은 대기업들이 물건을 쓸어담아가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곡물가격이 치솟는 상황인데도 공매가 지속돼 두부 등 콩 가공업체들이 수입콩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있다.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 외 7개 대두 실수요단체는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중소기업인 간 도시락 오찬간담회'에서 윤 대통령에게 탄원서를 전달했다. 수입콩 공매제가 최고가 입찰을 부추겨 수입콩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를 폐지해달라는 내용이었다. 이에 윤 대통령 측은 "잘 챙겨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달 20일 농림축산식품부 산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수입콩 공매를 진행했다. 그러면서 올해 5차례에 걸쳐 9500t 규모의 수입콩을 공매하겠다고 공지했다. 업체들의 과부족 상황이나 추가 공급 물량 등을 고려해 공매시기와 물량을 탄력적으로 운영하겠다고도 했다. 이 과정에서 탄원서를 제출한 중소기업 단체와 별도의 대화는 없었다.

콩은 수입관리품목으로 정부가 수입·공급 물량을 엄격히 통제한다. 정부는 약 50여년 동안 미국과 캐나다 등지에서 콩을 수입해 콩 가공업체가 속한 협동조합 등 단체에 직접 배분(직배)하거나 각 단체에 수입권을 배분·판매하는 방식으로 콩을 공급해왔다. 그러다 지난 정부때인 2019년 직배 물량 일부를 경쟁입찰로 배분하는 '수입콩 공매제'를 시행했다. 이후 수입콩 직배 물량은 2017년 16만3000t에서 지난해 13만7000t까지 줄었다. 반면 공매물량은 2019년 3433t, 2020년 4000t, 2021년 8200t, 2022년 3만8000t 등 꾸준히 증가했다.

수입콩 가공업체들은 공매방식이 실수요 단체간 과당 경쟁을 유발하고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영세업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aT는 공매를 진행할 때 입찰 상한가를 직배가격의 15%로 정했다. 지난해 11월9일 기준 공매 상한가는 당시 직배가격(kg당 1400원)보다 15% 비싼 kg당 1610원이었다. 2019년만 하더라도 1100원대에 거래되던 게 직배 기준가 상승과 공매 등의 영향으로 가격이 꾸준히 올랐다. 한 두부 가공업체 대표는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수입콩이 귀해져 최고가를 써내지 않으면 물량을 거의 받아갈 수 없다"면서 "콩 가격 폭락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를 콩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도 이어가는 것은 지나친 행정편의주의"라고 꼬집었다.

게다가 aT가 각 단체별 공매 응찰 물량을 지난해 직배·공매 실적에 따라 차등으로 배분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불만도 있다. 현재 aT가 수입대두 수요 단체로 지정한 곳은 한국연식품협동조합연합회 등 11곳이다. 지난해 직배와 공매를 통해 100~1000t 미만의 수입콩을 조달한 단체라면 최근 열린 1차 공매에서 10t만 응찰할 수 있었다. 5000~6000t 미만은 100t, 9000t 이상은 최대치인 180t까지 응찰 가능했다. 한 수입대두 단체 임원은 "꾸준히 최고가를 넣을 수 있을 정도로 자금력이 풍부한 대기업 단체가 다음해 물량 대부분을 가져가는 구조"라며 "공매로 수입콩 수급에 불확실성이 생기다보니 재고가 충분히 있음에도 물량을 싹쓸어 간다"고 허탈해했다.

중소·영세 단체가 어렵게 물량을 떼와 두부나 청국장 등을 만들어 납품해도 주요 거래처인 대기업은 단가를 반영해주지 않는다. 한 두부 가공업체 대표는 "직배는 정부가 정한 가격이 있어 대기업이 단가 인상을 반영해주는 경우가 있지만 공매는 응찰자간 경쟁에 의해 올라간 가격이라며 사정을 봐주지 않는다"면서 "aT가 수입콩 공급 가격을 올려도 좋으니 과거처럼 공매가 아닌 직배로 해야 여러 부작용들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IT부 최동현 기자 nell@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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