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연체율 ‘빨간불’…하반기가 고비

올해 2월 0.39%…전년比 0.19%p↑
만기 도래·상환유예 조치 종료로 상승 불가피
전문가 “새출발기금·금리인하 등 지원해야”

자영업자들의 대출 연체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고금리, 경기둔화를 버텨내지 못한 부실 차주들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그간 이들의 연체율을 억눌러왔던 정부와 금융권의 상환유예 조치도 종료될 예정이라 올해 하반기 연체율 상승폭은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0.39%로 전월(0.33%) 대비 0.06%포인트 상승했다. 1년 전인 2022년 2월(0.20%)과 비교하면 0.19%포인트 올랐는데 기업대출(대기업·중소법인·개인사업자 포함) 가운데 상승폭이 가장 컸다. 대기업은 0.09%로 전년 동월 대비 오히려 0.14%포인트 하락했고, 중소법인은 0.52%로 0.10%포인트 상승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기 둔화로 자영업자들의 매출이 오르지 않은 데다 고금리로 대출받은 차주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미루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연체율 자체는 낮은 편이지만 증가 속도가 빨라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시기 대거 풀린 대출 만기가 속속 다가오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대출액은 코로나19 시기 꾸준히 증가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개인사업자 대출잔액은 2021년 말 299조원에서 2022년 말 314조원으로 15조원 불어났고 올해 들어서도 1월 313조원에서 3월 314조원으로 조금씩 늘고 있다.

올해 9월에는 자영업자 대상 상환유예 조치도 종료된다.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2020년 4월부터 이들을 대상으로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시행해왔는데, 오는 10월부터는 상환계획에 따라 유예해온 원리금을 갚아나가야 한다. 이런 정책들이 지금껏 연체율 상승을 막아왔던 점을 고려하면 하반기 연체율 상승은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이 채무불이행에 빠지지 않도록 연착륙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서 교수는 “대환대출을 통해 기존 대출을 연장하는 방식으로 연체 가능성을 낮출 필요가 있고, 매출이 증가한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성화하는 등 민간 금융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새출발기금이 상환유예 종료 후 취약차주들을 끌어안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출발기금은 3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상 채무조정 프로그램이다.

경제금융부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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