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초에 하나씩 팔리는 목재책장 가격 낮췄다…이케아 '고객 지갑 얇아져'

목재·아연 등 가격 대체품 찾아 가격 낮춰

세계 최대 가구 기업 이케아가 가구 디자인을 손보고 있다. 경기 침체 우려에 물가가 폭등한 데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각종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가구 수요가 줄어들자 디자인을 바꿔 가구 하나에 들어가는 원자재 비용을 줄이는 방식으로 변화에 나선 것이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케아가 제품 가격을 낮추고 수익성은 높이기 위해 제품 디자인부터 들여다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능성을 유지하면서 저렴한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이케아의 기본 가치라는 판단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디자인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평가다.

[이미지출처=로이터연합뉴스]

WSJ 보도에 따르면 이케아는 트레이드 마크인 목재 가구에서 목재의 비중을 줄이기 위한 실험에 나섰다. 이를 통해 서랍장 문이나 서랍 등에 목재 대신 좀 더 가볍고 저렴한 플라스틱을 사용하기로 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가격이 두 배로 오른 아연 대신 저렴한 재활용 알루미늄을 사용해 욕실 후크 등을 제작하기로 했다.

이케아는 베스트셀러 제품인 빌리 책장의 비용 절감에도 나섰다. 이 제품은 1979년 처음 이케아 카탈로그에 소개돼 현재까지 1억4000만개 이상 판매된 것으로 5초에 하나씩 판매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케아는 빌리 책장 중 화이트 제품에 사용하는 광택제를 바꿔 가격을 20% 낮췄다. 이렇게 되면서 우드 제품보다 가격이 저렴해졌고, 이케아 내부에서는 우드 제품도 가격을 낮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스퍼 사무엘슨 이케아 제품 담당 매니저는 우드 제품의 가격을 25~30% 낮추는 것을 목표로 수년간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케아는 우드 제품에 원목을 사용하지 않고 파티클보드에 얇은 나무 조각인 베니어를 부착하는데, 베니어판 가격이 높아 이를 페이퍼 호일로 교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페이퍼 호일로 만든 빌리 책장을 먼저 생산,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내년에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도 판매할 예정이라고 WSJ는 전했다. 페이퍼 호일로 만든 빌리 책장은 중국에서 기존 699위안(약 13만5000원)에서 29% 인하한 499위안에 판매된다. 화이트 제품은 399위안에 판매 중이다.

이 외에도 이케아 사무용 회전 의자인 플린탄을 제작할 때 등받이에 들어가는 강철과 플라스틱 양을 줄여 제작 비용을 줄였다고 한다. 또 뢴닝에 테이블은 기존에 원목으로 다리를 만들었는데, 지난해 출시된 버전에서는 원목 대신 속이 빈 우드 베니어로 다리를 만들어 원자재 가격은 물론 운송비도 크게 낮췄다고 WSJ는 전했다.

이케아가 이처럼 디자인을 손보고 있는 이유는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앞서 이케아는 코로나19 이후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 상승을 이유로 잇따라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국내에서도 지난해 여러 차례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가 올해 초 빌릴 책장 등 일부 인기 품목 가격을 인하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발표한 연간 실적을 보면 12개월간 매출 규모는 전년 대비 7.7% 증가한 276억유로(약 40조5000억원)였지만, 수익은 7억1000만유로로 반토막 났다. 주자네 바이드주나스 인터이케아홀딩스 글로벌 공급 매니저는 "우리의 예산은 소비자들의 지갑이고 그들의 지갑은 그 어느 때보다 얇아진 상태"라고 말했다.

국제2팀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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