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수기자
지난 2월 튀르키예 대지진의 결과 대규모 지표 변형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은 지난 2월 6일 한반도에서 약 7000km 떨어진 튀르키예에서 발생한 두 번의 강진(규모 7.8, 7.5)이 남긴 지표 파열의 흔적을 위성자료로 분석해 보고서를 펴냈다고 13일 밝혔다.
몽골 모고드 단층 탐사 현장. 사진출처=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 제공
튀르키예 지진은 지자연 지질재해연구본부에서 운영 중인 광대역 관측소 모두에서 관측됐다. 특히 우리나라에 최초로 도달한 P파는 지진 발생 후 약 9분 50초 즈음 백령도에서 관측됐다. 지진동의 특성(변위)은 동쪽과 북쪽으로 갈수록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고, 이를 통해 한반도 지각 하부가 균일하지 않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앞서 지자연은 튀르키예 대지진으로 한반도 지하수위까지 영향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지하수환경연구센터에서 운영 중인 전국 11개 지하수 관측망 중 문경과 강릉 관측정에서 지하수위 변화가 감지됐다. 변화는 문경 관측정(지진발생 이후 약 11분 9초)에서 처음으로 관측됐다. 규모 7.8의 본진에서는 문경은 약 7 cm, 강릉은 약 3 cm의 지하수위 상승을 확인했다. 규모 7.5 여진에는 문경 관측정에서만 지하수위 변화(3 cm 하강)가 일어났다. 연구원은 규모 7.5 이상의 지진이 일어나면 7000km 이상 떨어진 국내 지하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지자연 지질재해연구본부는 튀르키예 지진에 동반된 지표변형의 정밀 관측을 위해 위성자료를 활용해 대규모 지표 변형 현상을 확인했다. 영상레이더 간섭 기법(Interferometic SAR·InSAR)과 오프셋 트래킹 기법(Offset Tracking)을 통해 지표변위를 관측했다. 유럽우주국(ESA)에서 운용중인 샌티널-1호(Sentinel-1) 위성 자료를 사용했다. C-band SAR 위성으로 약 250km의 지역을 촬영할 수 있다. 여기에 지형에 의한 위상(phase) 차이를 제거하기 위해 미 항공우주국(NASA)에서 제공하는 30m 공간해상도의 SRTM(Shuttle Radar Topography Mission·셔틀 레이더 지형 미션) 수치 표고모델(위치별 높낮이 정보가 3차원 좌표에 입력된 내용) 자료를 사용한다.
이 결과 동아나톨리안단층 지표파열 남부(A구간)에서는 최고 3.8 m, 지표파열 북부(B구간)에서는 최대 5.7 m, 차닥단층(C구간)에서는 최대 6.3 m의 수평변위가 측정됐다. 단층에 수직한 40 km 거리에 따른 수평방향 지표변위를 측정한 결과 최대 3.5 m/4.6 m/6.5 m의 변형을 파악했다. 지진 발생 전후의 광학위성영상 상관분석 결과, 동아나톨리안단층의 북서부 지괴는 남서쪽으로 이동하고 남동부 지괴는 북동쪽으로 이동하는 좌수향 변위가 관찰됐다. 차닥단층의 북쪽 지괴는 서쪽으로 이동하는 좌수향 운동이 인지됐다. 특히 동아나톨리안단층의 한 지점에 대해 단층을 가로지는 변위단면 분석을 수행한 결과, 약 6.6 m의 수평변위가 발생했으며 이중 절반인 3.5 m는 단층선 상이 아닌 수백 m이상의 단층주변부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튀르키예 대지진으로 인한 지표변위 분포. 그림출처=KIGAM
지자연은 "이번 분석으로 측정된 지표변위 정보는 국외 선진지진연구그룹의 분석결과와 대부분 일치한다"면서 "다른 영상레이더, GNSS자료, 현장자료와의 비교분석을 통해 결과를 검증하고 정밀도를 높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우리나라 위성(Kompsat-5)을 활용한 분석도 준비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에는 한반도 주변을 중심으로 ‘국외 주요지진의 연구현황’도 함께 담았다. 우리나라 지진환경과 가장 유사한 ‘몽골모고드단층’ 현장에서의 공동연구 현황과 성과를 통해 국내 단층연구의 제한성을 극복하는 다학제적이고 새로운 연구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연구진은 1995년 규모 6.9의 일본 고베지진의 광학영상 상관분석을 통해 지진 직후 현장조사에서 측정할 수 있는 1.5 m 내외의 변위가 단층 주변부에 분산되었음을 2022년 새롭게 밝혀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발생이 한반도 지진환경에 미칠 수 있는 영향 분석 결과도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