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제일기자
휴대전화 연락처에 남편의 어머니를 '시어머니'라고 저장했다가 크게 부부 싸움을 했다는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시어머님'이 아니라 ‘시어머니'라고 저장한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12일 온라인 커뮤니티 네이트판에는 결혼 3개월 차 신혼 생활을 하고 있다는 여성 A 씨가 고민이 올라와 화제가 되고 있다.
A 씨는 "남편이 저에게 폰을 전달해 주던 중 시어머니한테 전화가 온 걸 봤다"고 했다.
그러다 남편이 A 씨에게 '시어머님'이 아니라 '시어머니'라고 저장했냐고 대뜸 화를 냈다고 한다.
A 씨는 이 일 때문에 "대판 싸우고 결혼 후 첫 냉전 중"이라고 했다. A 씨의 남편은 '시어머님'이 맞는 표현이고 그게 예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만약 장모님이 아니라 장모라고 저장해놨어도 기분 안 나쁘겠냐"며 A 씨에게 따졌다.
A 씨는 "어떻게 시어머니랑 그냥 장모가 같냐"며 "어머니 자체가 높이 부른 말 아니냐"고 물었지만, 남편은 계속해서 "그렇지 않다"며 "내 입장에서는 '시어머니'나 '장모'나 같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남편이 이해되지 않았던 A 씨는 "생각의 차이로 나를 예의 없는 사람으로 만드는 게 기분 나쁘다. 또 좋게 말해서 생각의 차이지 그냥 억지 부리는 걸로밖에 안 보인다. 그렇게 기분 나쁘면 그 똑같다는 '장모'로 바꿔라"고 말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사흘 후 남편은 A 씨에게 "네가 나를 이해해 줄 순 없냐. 내 기준에 기분이 안 좋다고 하면 이해하고 바꿔줄 수 있는 문제 아니냐. 나만 이해해야 하는 거냐"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하지만 A 씨는 "제가 남편을 이해하는 게 맞는 거냐. 아직도 이해가 안 간다"며 누리꾼들의 생각을 물었다.
사연을 본 누리꾼은 "장모랑 시모랑 같은 거다", "시어머니 폰에 며느님이라고 저장돼있으면 바꿔준다고 해라" "장모님에 맞춰서 시모님으로 바꿔준다고 해라" 등의 반응을 보이며 A 씨의 남편을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앞선 사연에서 논란이 된 '어머니'란 표현은 정말 '어머님'을 낮춘 것일까. 국립국어원이 2011년 발간한 '표준 언어 예절'에 따르면, 시어머님과 시어머니 모두 같은 격의 표현으로 사용할 수 있다.
국립국어원은 "시어머니를 부르는 말은 '어머님'과 '어머니' 두 가지 다 쓸 수 있다"며 "전통적으로 시어머니에 대해서 어머니의 경칭인 '어머님'을 호칭으로 사용해왔지만, 현실적으로 '어머니'로 호칭하는 경우가 많아 이를 받아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이 배인 '어머니'라는 호칭이 예의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규정했다.
시어머니 당사자에게는 어머님과 어머니 두 가지 모두 호칭으로 사용해도 언어 예절에 어긋나지 않는다. 다만, 남편이나 남편의 동기, 남편 동기의 배우자에게는 '어머님'으로 호칭하도록 권했다. 친정 쪽 사람이나 그 밖의 사람들에게는 '시어머님'과 '시어머니', '어머님' 모두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