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평화기자
삼성전자가 향후 10년간 약 12만7000명 규모로 늘어나는 반도체 신규 인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계약학과 신설에 나섰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 대구과학기술원(DGIST), 광주과학기술원(GIST) 등 세 곳과 계약학과 협약을 맺고 향후 5년간 총 500명 인재를 키우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를 통해 반도체 미세화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될 공정 분야 인재를 육성할 계획이다. 수도권 중심으로 커지는 반도체 업계 쏠림 현상을 극복하면서 지역 균형 발전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타냈다.
27일 삼성전자는 반도체 전문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해 국가 반도체 생태계를 강화하고 지역 균형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울산, 대구, 광주에 있는 3개 과학기술원과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기로 협약했다.
삼성전자와 UNIST, DGIST, GIST 등 세 곳은 하반기부터 신입생을 선발해 내년 3월 본격적인 계약학과 운영에 나선다. 선발 인원은 UNIST 40명, DGIST 30명, GIST 30명 등 연간 총 100명이다. 교육 기간은 총 5년이다.
신설 학과는 학사, 석사 교육을 통합한 최초의 '학·석 통합 반도체 계약학과' 과정으로 운영된다. 반도체 미세화 한계 돌파가 업계 과제로 떠오른 만큼 반도체 공정 제어 기술 교육을 중심으로 한 인재 양성에 나선다. 반도체 클린룸 실습 등의 현장 중심 교육과 융합 수업을 제공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학과 신설로 ▲설계 ▲S/W ▲공정 등 반도체 핵심 분야 인재를 골고루 양성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해야 한다"며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더 과감하고, 적극적으로 미래를 준비하자"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계약학과 신설로 울산, 대구, 광주 등 비수도권 인재 양성 체계를 갖추게 됐다. 전국 반도체 인재 인프라를 구축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UNIST, DGIST, GIST 등 3개 과기원은 앞으로 지역 반도체 전문가를 육성, 첨단 산업 현장에 배출하는 '지역 반도체 인재 양성 허브' 역할 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활동이 국내외 반도체 기업들과 우수 인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이외 지역의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함께 성장하는 '인재 육성과 산업 성장의 선순환 체계'를 실현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더했다. 삼성전자는 과거 신입사원 공채 때 지방대 출신 선발 비율을 35%로 맞추는 등 그간 지역 인재 확보에 힘쓴 바 있다.
송재혁 삼성전자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번 계약학과 신설로 서울과 대전, 포항에 이어 대구, 광주, 울산에도 반도체 인재를 체계적으로 육성할 거점을 마련하게 됐다"며 "반도체 강국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인재를 지속 확보하고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루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3개 과기원도 이번 계약학과 신설이 반도체 인재 육성과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박래길 GIST 총장직무대행은 "반도체 계약학과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지역 균형 발전과 창의적인 인재 양성에 큰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기존에 계약학과 네 곳을 운영하고 있다. 성균관대(2006년)와 연세대(2021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2022년), 포항공대(2023년) 등이다. 회사는 앞으로 기존 계약학과 일부 정원을 늘릴 계획이다. 여기에 이번 신설 3개 계약학과까지 포함하면 2029년에 총 7개 계약학과에서 연 450명 인재를 배출할 수 있게 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계약학과 학생들이 이론과 실무 역량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도록 반도체 산업 현장에서 인턴 실습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학생들이 학업에 전념하도록 등록금을 전액 부담하고 장학금도 지급하고 있다. 삼성전자 임직원들은 멘토로 참여, 학생들의 성장을 지원 중이다. 학생들은 졸업 후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취업이 보장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외에도 디스플레이 계약학과를 운영하는 등 미래 인재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여기에 산학 과제와 지방 국립대 지원 등을 포함하면 인재 육성에만 매년 1000억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기초 과학과 원천 기술 등의 분야에선 국내 신진 연구자의 혁신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운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