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이 주지 마세요”…日 ‘토끼섬’에서 죽어가는 토끼들

900마리 토끼 서식하는 관광 명소
관광객들 행동으로 토끼 공격당해

[아시아경제 최승우 기자] 일명 ‘토끼섬’으로 불리는 일본 오쿠노시마 섬이 관광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관광객들의 무분별한 행동 때문에 섬의 명물인 토끼들이 죽임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토끼섬을 찾는 관광객들 때문에 까마귀와 야생 멧돼지 등의 포식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토끼섬은 히로시마현에서 동쪽으로 약 70㎞ 떨어진 곳에 있는 면적 1㎢의 섬으로, 현재는 일본 환경부에 속한 국립공원이다. 1902년에는 일본군 요새가 들어섰고, 이후에는 비밀리에 독가스를 제조 및 실험하는 공장이 운영됐다. 1945년 일본이 패전해서 섬에서 철수한 뒤에는 미군이 한국전쟁 때 탄약 창고로 활용하기도 했다.

토끼섬이라는 별칭이 붙은 것은 1971년 일본 본토에서 온 중학생들이 8마리의 토끼를 섬에 풀어놓으면서부터다. 현재 약 900마리의 토끼가 섬에 서식하고 있고, 이들을 보기 위해 연간 약 36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야생 멧돼지, 까마귀, 쥐까지 섬에 유입되면서 문제가 생겼다. 관광객들이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경고문을 무시하고 토끼들에게 상추, 당근, 과자, 먹다 남은 도시락 반찬까지 주면서, 이를 먹기 위해 토끼뿐 아니라 다른 야생동물들까지 몰려들게 된 것이다.

섬 관리자는 “토끼들이 다른 음식을 먹으면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약하거나 병든 토끼들이 까마귀나 쥐떼에게 공격당해 죽임을 당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고 전했다.

도쿄대 문화인류학과 교수이자 동식물학자인 케빈 쇼트 교수는 토끼들이 죽임을 당하는 게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토착종이 아니라 바깥에서 들어온 외래종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까마귀떼의 표적이 되기 쉽다는 것이다. 쇼트 교수는 “까마귀들이 갓 태어난 토끼를 통째로 삼키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이슈2팀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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