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트렌드]인구문제 푸는 실마리, 스타트업

요즘 시니어 비즈니스 분야에 새로운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바로 청년 스타트업의 활발한 진입이다. ‘스타트업(START UP)’은 여러 정의가 있지만,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생겨난 용어로 신생 벤처기업을 의미한다. 보통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를 보유하며, 기존에 없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비즈니스와 빠른 성장을 목표로 한다. 시니어와 스타트업이라니, 얼핏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은 조합이다. 그러나 스타트업은 어려운 문제를 잘 포착해 기술력이나 남다른 관점으로 풀어내는 것에 능하므로, 자연스러운 물결인지도 모르겠다. 벌써부터 스타트업으로 인해, 시니어 산업에 있어서 변화의 물결이 기대된다.

2021년부터 필자는 써드에이지 대표로서 온갖 고령화, 인구문제, 웰에이징 등 다양한 시니어 포럼과 세미나에 참가하고, 연세대학교와 산학협력으로 직접 신중년 일자리와 건강문제의 상관관계를 연구하기도 했다. 이때마다 경험한 것은 참여자가 대부분 5060세대 이상으로 편중되어 있었고, 다루는 주제는 돌봄 비중이 가장 컸다. 그 나물에 그 밥처럼 똑같은 연사의 동일한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어야 했다. 정부가 어떻게 해야한다는 주장은 있지만,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재정 확보나 효과성에 대한 해법은 미약해 아쉬웠다. 민간이 사례를 만들어야 공공이 움직일 수 있을 텐데, 우리가 주체적으로 무엇을 해보자는 부분은 적었다. 시니어 문제는 존재하는데, 해결책은 공허한 울림이거나 외딴 섬처럼 빙빙 도는 것 같았다. 세대갈등이 심각하다는 말은, 행동보다는 말이 앞서거나 양방향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교류가 없다는 말이었다.

스타트업의 시니어 분야 진출로 인해 차이가 생길 수 있을까? 지난주 블루포인트라는 벤처캐피탈(VC)의 인구혁신 포럼에 다녀왔다. '스타트업, 인구문제를 푸는 실마리'라는 주제를 다뤘다. 시작부터 공감대를 높였다. 시니어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일 수밖에 없다며, 왜 그러한지 기업가 정신으로 접근한 고객중심적 연구 결과를 전했다. 또 바로 스타트업이 집중할만한 기회 분야 4가지(웰에이징, 지속가능한 소득, 로컬, 돌봄)를 먼저 제시했다. 인구 고령화 문제는 크고 심각하고 어렵지만, 혁신가의 자세로 수익화가 어려운 부분에는 기술을 접목해 효율성을 높이고, 혼자가 아니라 협력(Collaboration)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아직 뾰족한 답은 없다고도 했다. 하지만, 인구 혁신 문제를 세분화해 스타트업 1만개 이상이 뛰어들면, 변화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는 신선한 접근이었다. 행사는 관련성 높은 스타트업 5곳이 각자 실행하고 있는 사업모델을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젊은이부터 중년층이 골고루 섞여 앉아 행사를 함께 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국내 최대 규모의 창업재단인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도 빼놓을 수 없다. ‘미래를 향한 투자’, ‘성장을 돕는 공간’, ‘세계와 지역의 연결’이라는 창업 생태계의 3대 요소를 연결해 다양한 창업 지원 활동을 수행하는 곳이다. 2020~2021년 시니어와 스타트업의 연계 교육 프로그램 ‘멘턴(멘토+인턴) 살롱’을 운영했다. 올해는 시니어의 지식과 경험 노하우를 ‘영화 인턴’처럼 실행할 수 있는 분야로 글로벌 연계를 선정하고 ‘K-Expert’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또 시니어 스타트업 ‘하이(치매 등 정신건강 증진 디지털 치료제)’와 ‘리브라이블리(시니어 맞춤 헬스케어)’에도 투자를 진행하고, 공간 지원과 멘토링 등 육성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최근 시니어 관련 커뮤니티나 소모임 활동에 Z세대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왜 시니어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느냐고 물어보면 각양각색의 사연이 나온다. 바쁜 맞벌이 부모님 때문에 조부모님 밑에서 자랐는데 그분들이 요즘 겪고 있는 어려움을 돕고 싶다거나, 가장 큰 시장이라서 사업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거나, 나이 드는 것을 미리부터 준비하고 싶어서라는 것이다. ‘할매니얼'(할머니+밀레니얼 세대)’, ‘그래니시크(Granny-chic)’가 트렌드인 이유를 체감할 수 있었다.

서울대 인구학자 조영태 교수는 신간 ‘정해진 미래, 시장의 기회’에서 인구 배당(인구에 투자된 자원이 미래에 배당금으로 지급되는 현상)이란 개념을 제시한다. 인구를 ‘문제’가 아니라 긍정적인 관점으로 인식하면, 오히려 정해진 변화 속에서 국내외 잠재력 있는 색다른 시장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정책과 제도의 변화는 현장의 변화보다 빠르기 어렵기 때문에 재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스타트업이야말로 기대 이상의 성과와 사례를 만들 수 있다고도 했다.

‘예정된 미래’는 절망하라는 뜻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준비하라는 뜻이다. 스타트업이 뛰어든 시니어 비즈니스에 큰 변화의 물결이 올 것이란 좋은 예감이 든다.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오늘의 주요 뉴스

헤드라인

많이 본 뉴스